‘커넥션’ 연기 호평받은 권율 “악역 연기 증명하고 싶었죠”

세 번 연속 검사 역할…”백수·한량 역할도 하고 싶어”

드라마 ‘커넥션’ 배우 권율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커넥션’ 대본을 받고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 이렇게 강렬한 악역을 하는 부담이나 두려움이 있었죠. 그런 걸 상쇄할 만큼 ‘이 작품으로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악역을 다 보여드리고 (연기력을) 증명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서 우려를 털어내고 문을 열게 됐어요.”

최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커넥션’에서 배우 권율은 주인공의 고교 동창이자 각종 범죄의 배후인 검사 박태진 역할을 맡아 호연을 보여줬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권율은 ‘커넥션’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고민도 많았지만, 캐릭터와 대본이 입체적이었고 두려움을 떨쳐낼 만큼 좋은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권율은 “대본에 캐릭터 하나하나가 각자의 이유를 갖고 살아 움직일 수 있게 설정돼 있었다”며 “이렇게 인물이 많은데도 각자가 모두 잘 각인되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커넥션’은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에 힘입어 최고 14%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이달 6일 유종의 미를 거뒀다.

권율은 “이 작품이 잘 된 건 이야기의 ‘빌드업’이 잘 됐기 때문이고, 그 덕분에 저도 잠깐 칭찬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작가와 제작진에 공을 돌렸다.

드라마 ‘커넥션’ 배우 권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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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션’은 마약반 형사 장재경(지성 분)이 고교 동창을 만나러 갔다가 괴한의 손에 납치돼 강제로 마약에 중독되고, 재경을 불러낸 동창 박준서(윤나무)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권율이 연기한 박태진은 장재경, 박준서와 고교 동창이다. 학창 시절 내내 전교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수재이자 현재 검사라는 설정이다.

박태진은 첫 회 박준서의 장례식에 다른 동창들과 함께 등장하는데, 의문투성이인 준서의 죽음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부검 없이 덮으려고 한다.

이후 장재경의 집요한 추적 끝에 검사인 박태진과 재벌기업 금형그룹 후계자인 원종수(김경남), 고교생 시절 날렸던 싸움꾼이자 종수의 비서인 오치현(차엽) 등의 검은 커넥션이 드러난다.

이들은 금형그룹이 추진하는 개발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온갖 부정을 저지르고 사업에 투자할 돈을 마련하려 마약을 거래하는데, 이 모든 일을 설계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인물이 박태진이다.

드라마 ‘커넥션’ 배우 권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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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율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서슴지 않는 인물의 설정에 맞게 늘 의문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같은 모습을 연기했다.

권율은 박태진의 여러 악행 중에서 친구 박준서의 아내이자 태진과 내연 관계인 최지연(정유민)의 목을 조르는 모습과 동창인 오윤진(전미도)의 목을 조르는 장면을 최악의 행동으로 꼽았다. 아울러 이 장면들을 가장 연기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물론 살인을 사주하거나 마약을 파는 일이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훨씬 더 무거운 범죄지만, 목을 조르는 장면에선 깜짝 놀랐다”며 “여성의 목을 조르는 모습이 시각적으로도 굉장히 강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또 “박태진이 최지연의 목을 조르는 장면은 태진의 본색을 드러내고, 오윤진의 목을 조르는 장면은 이 인물이 폭주하기 시작하는 장면이라고 느껴서 굉장히 많이 준비했다”며 “이렇게까지 감정을 극대화해서 표현해도 될지 고민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이 장면은 긴장감을 극대화했고, 시청자들은 “권율의 표정에 깜짝 놀랐다”, “연기를 너무 잘해 소름이 돋는다”는 평을 쏟아냈다.

김문교 감독은 권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제가 봤던 (권율의) 얼굴을 시청자도 똑같이 느낀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드라마 ‘커넥션’ 배우 권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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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율은 깔끔한 외모와 지적인 분위기에 어울리는 교수나 의사 등 엘리트 역할을 주로 맡았다. 추레한 권율의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 않을 정도다.

최근에는 세 편의 드라마에서 연달아 검사를 연기했다. 지난해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올해 ‘커넥션’과 ‘놀아주는 여자’에서 모두 말쑥한 정장 차림의 검사 역할이었다.

권율은 “각각의 드라마에서 서로 다른 인물이지만, 직업이 모두 같아서 (캐릭터가) 정형화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연달아 검사 역을 맡은 이유에 대해선 “저도 잘 모르겠다”며 “아무래도 제가 말을 할 때 문장이 딱 떨어지게 하는 경향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권율은 지금까지의 깔끔한 모습과 달리 앞으로는 편안한 차림의 한량 같은 역할을 맡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백수, 한량, 잘 씻지도 않는 그런 역할. 물론 엘리트 역할도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죠. 그래도 다음에는 정장을 입지 않고 트레이닝복을 입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면 좋겠어요.”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