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꿈이라는 것은 20대까지만 하더라도 누구나 하나씩 마음에 품고 있어야 하는 필수 요소처럼 여겨지지만, 조금만 더 나이가 들면 한조각만 간직하고 있어도 철없다는 증표가 되어버리고 만다.
이처럼 유통기한이 짧은 꿈을 꾸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편이 맞을까?
‘환상의 애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던 한 사람의 도전과 기대, 좌절, 극복, 성장을 담담하게 그려낸 웹툰이다.
주인공 김태중은 지방의 한 고등학교 미술부 학생이다. 이른바 선배들의 ‘똥군기’와 부모님의 이혼, 가난 때문에 지쳐가던 2000년 어느 여름날 일본의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의 ‘붉은 돼지’를 보게 된다.
그날부터 태중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긴다. 한국의 미야자키 하야오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후 친구 성하의 도움으로 인터넷 애니메이션 동아리에도 가입하고, 어렵사리 상경해 미술 학원에 다니며 꿈을 키운다.
학원에서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던 태중은 첫해에 목표로 하던 대학의 만화 애니메이션과 신입생이 되고, 4학년 선배를 도와 애니메이션 오프닝을 만들기도 한다.
보통은 선배의 작품을 도와가며 차근차근 실력을 쌓다가 졸업 연도에 자기 이름을 내건 애니메이션을 한 편 만들지만, 태중은 2학년이 되자마자 휴학하고 ‘편지 배달부 린’이라는 자기만의 작품을 만드는 데 몰두한다.
미술 학원 친구인 연지, 요한과 함께 만든 예고편이 화제가 되고, 후배들과 함께 만든 뮤직비디오는 세간의 눈길을 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태중은 가능성의 덫에 걸려 몇 년을 허비한다.
작품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면서 알코올 의존증에까지 빠진 태중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주 힘들게 자신의 무능을 인정한 뒤에야 관객의 자리로 물러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관객석에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새롭게 꿈을 꿀 수 있게 된다.
이 웹툰의 진가는 태중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부분에서 드러난다. 어두운 내용이지만, 더없이 진솔하다는 면에서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주인공의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풍경도 향수를 자아낸다.
2002년 월드컵,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개봉, 종이로 된 지하철 승차권 등이 그 당시 시절을 상기시킨다.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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