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X멜로’ 지진희 “머리에 계란 맞는 장면, 한번에 끝냈죠”

11년 만에 가족에게 돌아오는 가장 역할

드라마 ‘가족X멜로’ 배우 지진희
[이끌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그 장면을 찍을 때 겨울이었는데 정말 추웠어요. 계란을 머리에 깨트리는데, 실수하면 씻고 옷도 다시 입고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하는 거예요. 그러려면 시간이 한참 더 걸리잖아요. 쉽지 않았죠.”

이달 15일 종영한 JTBC 드라마 ‘가족X멜로’의 5부 마지막 장면에서 지진희는 상대 배우 김지수로부터 머리를 얻어맞는 장면을 연기했다. 김지수가 날계란을 얹은 손바닥으로 내리쳐 지진희의 머리가 계란으로 범벅이 되는 고난도의 장면이었다.

지진희는 지난 12일 드라마 종영 인터뷰를 위해 기자들을 만난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이 장면을 찍을 당시를 생생하게 설명하며 입담을 과시했다.

그는 “촬영 전에 (김)지수한테 ‘이거 실수하면 다시 해야 돼’, ‘뒤통수에 맞히면 화면에 안 잡히니까 머리 위에서 정확히 깨’라고 이야기하고 미리 리허설도 했다”며 “지수는 워낙 연기를 오래 해서 이쯤은 능숙하게 해냈다”고 말했다.

이어 “카메라 세 대가 이 장면을 촬영했는데, 단 한 번에 끝내버렸다”며 미소를 지었다. 또 “계란이 ‘팍’ 하고 깨져야 하는데, 자칫하면 안 깨질 수도 있어서 미리 계란을 조금 깨뜨려서 썼다”며 “아주 과학적인 촬영이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드라마 ‘가족X멜로’의 한 장면
[JTBC 방송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지진희가 무용담처럼 털어놓은 장면은 ‘가족X멜로’ 시청자들이 꼽는 명장면 가운데 하나다.

지진희가 연기한 변무진은 김지수가 연기한 금애연과 11년 전 헤어졌다가 갑자기 다시 나타난다. 변무진은 연이은 사업 실패 때문에 버려지다시피 이혼당했는데, 11년 만에 건물주가 돼서 돌아와 궁금증을 자아낸다.

변무진은 금애연에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지만, 애연은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그러던 중 애연은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이웃 여동생이 과거 무진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고 “무슨 짓을 하고 살았냐”고 무진을 추궁한다.

그러자 변무진은 “너 질투하냐”며 “알려주기 싫다”고 능글맞게 말하고, 이에 분노한 금애연은 계란으로 응징한다.

계란을 맞는 연기 외에도 지진희는 이번 작품에서 여자 구두를 팔기 위해 직접 굽 높은 구두를 신고 모델이 되는가 하면 여장을 한 채 사기꾼을 추적하는 등 아낌없이 망가지는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 ‘가족X멜로’ 배우 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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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희는 이번 작품에 출연한 계기를 “출연 제안을 받고 대본을 읽어봤는데 굉장히 재미있어서 하게 됐다”며 “요즘 드라마나 미디어를 보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게 많은데, 우리 드라마가 자극이 강하지 않은 부분이 오히려 신선하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변무진이란 인물을 두고 “보통 부부가 헤어지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무진이는 조금 다르다”며 “사랑이 없거나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외도를 해서 이혼당한 게 아니고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는데 자꾸 사업을 말아먹어서 버림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진희는 또 드라마의 제목에 대해 “헤어진 연인이나 부부를 흔히 엑스(X)라고 불러서 제목에 쓰였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가족 곱하기(X) 멜로’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빠와 엄마, 아빠와 자식, 엄마와 자식, 이렇게 여러 가지의 멜로를 뜻하는 제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배우의 설명처럼 ‘가족X멜로’는 변무진과 그의 딸인 변미래(손나은 분)가 서로 금애연을 차지하려는 ‘부녀 삼각관계’를 다뤄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드라마 ‘가족X멜로’ 배우 지진희
[이끌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진희는 그래픽 디자이너에서 사진작가 어시스트를 거쳐 배우가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도 알려져 있다. 아울러 끊임없이 자신을 입증하며 경력을 착실하게 쌓아온 배우이기도 하다.

1999년 뮤직비디오로 연기에 입문한 그는 2003년 ‘러브레터’와 ‘대장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 단숨에 인지도를 높였고, 2005년 ‘봄날’과 2009년 ‘결혼 못하는 남자’ 등에서 잇달아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따뜻한 말 한마디'(2013)에선 위선적인 성격의 악역 유재학을 연기해 선한 배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고, ’60일, 지정생존자'(2019)에선 단독 주연으로 드라마 흥행을 이끌었다.

특히 지진희는 연기에 전념하기 위해 6년 전 술을 끊고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관리하는 등 자기 관리를 엄격하게 하기로도 잘 알려진 배우다.

지진희는 “술을 끊은 지 1년 만에 맥주를 마셨는데 너무 맛있어서 ‘이걸 꼭 끊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며 “그렇지만 내가 술을 끊어서 하고 싶은 일을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