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문학의 계절…전시와 축제 풍성

영인문학관 ‘육필원고 다시보기’, 국립한국문학관 ‘한국문학의 맥박’ 전시 등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가을은 독서의 계절 중에서도 문학의 계절일 게다. 대지와 육신을 뜨겁게 달궜던 무더위가 사그라지면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쪄갈 때 느긋하게 좋은 시와 소설을 읽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문학 작품을 직접 읽는 것도 좋지만, 풍성한 문학 관련 전시와 축제를 둘러보며 독서욕을 자극해 보는 건 어떨까. 이달부터 열리는 각종 문학 전시와 축제를 소개한다.

[영인문학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부인 강인숙 여사와 함께 세운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은 디지털시대에 더 소중한 육필원고의 미학을 돌아보는 전시를 마련한다.

1920~1930년대에 활동한 작가를 중심으로 한 ‘육필원고 다시 보기 전(展)’은 이달 25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영인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1930년대 이전 등단 작가 33명의 친필 원고를 살펴볼 기회다.

먼저 ‘맹진사댁 경사’를 쓴 극작가 오영진(1916~1974)이 사랑하는 여인 ‘순이’에게 보내는 연서가 눈에 띈다. 5장의 종이에 빼곡한 글씨로 적힌 이 편지는 이번 기획전에서 처음 공개된다.

이 밖에도 이상, 서정주, 박목월, 박두진, 황순원, 채만식 등 한국 문학 거장들의 육필 원고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영인문학관은 “손글씨에는 작가의 감정과 정신 상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작가의 모든 것이 스며들어 있다”면서 “그래서 육필원고는 문인들의 개성과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는 가장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불의 여인’, ‘언어의 테러리스트’ 등으로 불린 시인 김승희의 창작 공간을 엿볼 수 있는 ‘작가의 방’ 전시도 함께 마련된다. 다음 달 12일엔 김 시인을 초청해 ‘여성시와 사물의 이야기들’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도 연다.

국립한국문학관은 28일부터 11월 24일까지 청와대 춘추관 1층에서 ‘한국문학의 맥박’ 전을 연다.

힌국문학관은 법인 설립 5주년을 맞아 그간 수집한 약 11만점의 문학 관련 자료 중 70여 점의 국내 유일본, 문인 친필원고 등 희귀자료를 중심으로 선보인다.

2021년 국립한국문학관이 발굴해 그 존재가 처음 드러난 ‘한도십영’과 채만식의 소설 ‘탁류’ 초판본,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판본인 이인직의 ‘혈의 누’ 재판본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서(古書)와 국내 유일본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채만식 ‘탁류’ 초판본
[국립한국문학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도십영’은 조선 초기 대표 관료 문인 서거정 등 9명이 한양의 명소 10곳을 노래한 작품으로, 90편의 수록 시 가운데 3편을 골라 음성으로 감상할 기회도 제공한다.

문학작품 외에 전시된 작품 속의 문장을 활용한 키네틱 타이포그래픽 영상을 통해 한자, 한글은 물론 다양한 외국어로 창작되고 번역된 한국문학의 면모도 살펴볼 수 있다.

한국문학관은 한국문학의 대표 작품을 서윤후 시인과 김화진 소설가가 낭독하는 ‘문학의 울림: 소리로 읽는 문학’ 프로그램도 이달 28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마련한다.

성북근현대문학관 내부
[성북근현대문학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성북근현대문학관은 오는 27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상설 전시 연계 특강으로 총 5회에 걸쳐 ‘쉽게 만나는 성북 문학’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한양도성의 북쪽 성곽 지역인 성북구는 예로부터 한용운, 이육사, 이태준, 조지훈, 박완서 등 한국 문학사의 걸출한 문인들의 생활 근거지이자 작품 속 무대였던 곳이다.

성북구에 올해 3월 문을 연 성북근현대문학관은 ▲ 1930년대 성북 문인촌 형성 및 문예지 ▲ 문학 속 성북을 찾아서 ▲ 성북 문인 소개 ▲ 답사 : 문인의 자취를 찾아서(성북동) 등의 주제로 강의와 답사를 진행한다. 참가 신청은 성북구청 누리집(www.sb.go.kr) 성북학습포털을 통해 할 수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29일부터 사흘간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개최하는 2024 디아스포라 문학 예술행사도 문학 애호가라면 눈여겨볼 만한 행사다.

‘디아스포라: 돌아보고, 내다보며’를 주제로 디아스포라 문학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디아스포라 문학은 이주자의 삶과 정체성을 담은 문학을 통칭하는 말로, 다양성·타자성·혼종성 등이 주요 특징이다. 이산문학(離散文學)이라 불리기도 한다.

미국의 한국계 입양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작품활동을 해온 시인 제니퍼 권 돕스를 비롯해 소설가 조해진, 영화감독 앤서니 심 등 디아스포라의 다양한 측면을 문학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대담과 강연, 상연회가 이어진다.

시인 제니퍼 권 돕스(왼쪽)와 영화감독 앤서니 심
[왼쪽 본인 제공/ 오른쪽 ⓒFarrah Aviva.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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