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생 NCCK총무 “위기는 약자에 엄혹…내 축복 조금씩 내놓자”

“NCCK, 약자 억울함 경청하고 통일 논의 촉발점 만들었다”

창립 100주년 앞두고 인터뷰…”동성애 지지 안 하지만 차별은 안 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종생 NCCK 총무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인 김종생(67) 목사가 9월 12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기독교회관 내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9.19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인 김종생(67) 목사는 “우리는 그동안 하늘의 축복만을 갈구해 왔는데 이제는 내가 받은 축복을 약자들을 위해서 조금씩 내놓자”고 말했다.

그는 빈부 격차, 자살 문제, 전쟁, 기후 변화 등 여러 위기 상황에 대해 “이 모든 어려움이 약자에게는 너무나도 엄혹한 것이 현실이다. 강자는 늘 살아남는다. 중요한 것은 약자”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김 목사는 NCCK 창립 100주년(9월 24일)을 앞두고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기독교회관 내 집무실에서 이뤄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나의 권리를 조금 양보하고 내가 주장할 수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절제하고 자제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가뭄에 시달리는 이라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NCCK의 100년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활동으로 ‘목요기도회’와 ’88선언’을 꼽았다.

목요기도회가 시작된 시점에 대한 견해는 다소 엇갈리지만 대체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등과 관련된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며 1974년 7월 무렵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기도 모임이 정례화하면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회적 약자나 탄압받는 이들을 위한 NCCK의 활동을 상징하는 의식인 셈이다.

당시에는 시민단체나 다른 종교들의 사회적 활동이 그리 활발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하소연하려면 자연스럽게 이곳 기독교회관, NCCK를 찾게 되었던 것 같다”고 김 목사는 시대적 배경을 설명했다.

NCCK 사무국이 입주한 한국기독교회관
[촬영 이세원]

그는 “우리는 그분들의 억울함을 경청했고 교회가 모든 일에 손을 쓸 수 없으니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며 함께 기도했고 법률적인 문제는 변호사들과 함께하며 (약자를) 대변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1972년 2월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이 남성 중심 어용 노조에 맞서 여성 지부장을 선출하자 사측이 인분을 퍼부은 이른바 ‘동일방직 똥물 사건’ 때 여공들과 함께하며 옥고를 치르기도 한 조화순(90) 원로 목사를 약자들의 편에 선 대표적인 인물로 꼽았다.

인분 뒤집어 쓴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기증자료·재판매 및 DB 금지]

88선언은 1988년 2월 29일 서울 연동교회에서 NCCK가 발표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을 말한다. 민간 부문에서 나온 최초의 통일 관련 선언으로 꼽히는 이 선언에서 NCCK는 체제와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북한 동포를 적대시한 한국 교회의 죄책을 고백하면서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 민의 참여, 인도주의를 통일의 5대 원칙으로 꼽았다.

김 목사는 “(당시는) 남과 북의 하나됨을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시기이며 북한이나 통일을 이야기하면 빨갱이 취급받던 시절이었다”며 “(NCCK로서는) 통일 논의에서 또 하나의 촉발점을 만들었다는 자긍심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에 대해 “남북 정부가 힘으로 평화를 유지하고 이루겠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힘으로 눌렸을 때는 또 다른 힘이 반작용으로 나타난다”고 의견을 밝혔다.

NCCK 100주년 앞둔 김종생 총무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인 김종생(67) 목사가 9월 12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기독교회관 내 집무실에서 NCCK 창립 100주년이 다가오는 것을 계기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9.19
jin90@yna.co.kr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와 관련해 김 총무는 “결국 인간과 바다, 인간과 하늘, 인간과 땅, 인간과 물은 다 연결이 돼 있다”며 공존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뜻을 표명했다.

2007년 12월 태안 앞 바다에서 선박 충돌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후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을 맡아 기름 제거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던 그는 “바다가 죽어도 사람은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서해안에서 보니 바다가 죽으니까 사람도 살 수가 없는 것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태안 앞바다 기름 제거 작업
(태안=연합뉴스)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로 방제작업이 엿새째 계속되고 있는 2007년 12월 12일 학암포 해수욕장에서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물이 빠진 사이 바위에 붙어있는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성소수자를 축복했다가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출교당한 이동환 목사가 교단의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동성애를 둘러싼 논쟁이 교단 안팎에서 뜨거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 목사는 “성경 자체가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고 한국 교회 정서는 아직 찬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NCCK는 동성애를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성경은 고아나 과부 또는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보호를 명하고 있다”며 “동성애자를 차별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성소수자 축복해 출교당한 이동환 목사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성소수자를 축복하는 의식을 행했다가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로부터 출교 처분을 받은 이동환(앞줄 가운데) 목사가 2024년 3월 4일 서울 종로구 소재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 목사는 동성애에 대한 찬반 자체보다는 차이를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봤다.

“우리는 상대를 악마화하는 것에 매우 익숙해서 토론도 해보기 전에 규정해 버리는 오류를 많이 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다르더라도 너그러움으로 함께 가는 길을 모색하면 좋겠습니다.”

NCCK는 창립 100주년을 계기로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100년을 준비하는 여러 계기를 마련 중이다.

NCCK 10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9월 20∼21일), NCCK 100주년 에큐메니칼 감사예배(9월 22일), NCCK 100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 보고 기자회견(9월 2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00년사’·’한국기독교사회운동사’ 출간 기념회(10월 22일) NCCK 100주년 기념대회(11월 18일) 등이 예정돼 있다.

‘인권, 민주화, 평화 운동의 중심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창립 100주년을 2주 앞둔 9월 12일 NCCK 사무국이 있는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기독교회관 입구에 NCCK 인권위원회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2004년 마련한 글이 새겨져 있다.

김 목사는 이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00년사'(4권)·’한국기독교사회운동사'(20권) 출간을 통해 “여러 가지 부끄러운 모습과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역사까지를 포함해 한국 교회 100년의 역사를 드러내고 성찰할 것”이라며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