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지노가 펼쳐낸 소리와 빛…”내 방식대로 살려 노력했죠”

7년 만에 단독 공연 ‘노비츠키 라이브’…예매 1분 만에 전석 매진

빈지노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난 (남들을) 신경을 안 쓰는 데에는 도가 텄어. 난 내 방식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려고 노력해.”

래퍼 빈지노는 21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빛의 시어터에서 연 단독 콘서트 ‘노비츠키 라이브'(NOWITZKI LIVE)에서 동명의 정규 2집 제작 비하인드 영상을 통해 “이제 또 어딘가로 향해야 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6년 정규 1집 ’12’ 이후 자신의 말처럼 다양한 삶의 경험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육군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고, 독일 국적의 모델 스테파니 미초바와 결혼했으며, 새 생명을 선물로 얻어 조만간 아빠가 된다. 소속사도 지난 2021년 지금의 비스츠앤네이티브스(BANA)로 옮겼다.

빈지노는 이처럼 자연스럽게 겪은 경험, 변화 그리고 감정을 지난 7월 정규 2집에 녹여냈다. 그리고 이 앨범은 올해 초 제21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등 2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빈지노는 단독 콘서트로는 7년 만인 이번 공연에서 신보 수록곡과 대표곡을 두루 들려주며 자기 생각을 소리와 화려한 빛으로 풀어냈다.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을 수상한 빈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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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콘서트는 예매 시작 1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빈지노가 무대에 등장하자 관객들은 아이돌 콘서트 못지않게 열띤 함성과 환호로 맞이했다. 공연장 한구석에서 “멋있어요. 사랑해요”라는 육중한 남성 팬의 외침도 들려왔다.

빈지노는 “감사하다. 나도 진짜 사랑한다”며 “솔직히 어제 몸살 기운이 좀 있었는데, 다행히 컨디션이 굉장히 좋다”고 의욕을 보였다.

또 “내가 음악을 시작한 지 시간이 꽤 지났더라”며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빈지노는 몸을 아래위로 흔들거나 무대 위를 이리저리 오가며 세련된 몸짓으로 리듬을 탔다.

그리고 내공이 실린 래핑으로 ‘스팅키 키스'(Stinky Kiss), ‘침대에서/막걸리’, ‘레몬'(Lemon), ‘모네'(Monet) 등 신곡들을 훑어 내려갔다.

빈지노는 깔끔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여전한 랩 실력을 뽐냈다. 날실과 씨실로 비단을 짜듯 우리말 단어들로 직조해 낸 이야기는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는 ‘여행 어게인'(Again)으로 제주와 뉴욕 여행을 익살스레 그려냈고, 2013년 발표한 ‘달리, 반, 피카소'(Dali, Van, Picasso)에서는 ‘반 고흐의 달이 보이는 밤/ 나는 물감을 고르듯 단어를 골라/ 오늘 밤 어떤 게 나올진 나도 잘 몰라’라며 자신만의 예술관을 펼쳐냈다.

서울 워커힐호텔 빛의 시어터에서 열린 빈지노 ‘노비츠키 라이브’
[촬영 이태수]
tsl@yna.co.kr

빈지노는 ‘떼창’과 환호가 끊이질 않자 관객을 향해 “그나저나 (지난 7년 동안) 어떻게 지내셨느냐. 잘들 지내셨느냐”라고 안부를 묻고서 “(여러분의) 표정이 굉장히 밝아서 나쁘지 않다. 좋다. 재미있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를 향해 웃는 것을 보니 너무 감사하다”며 “너무 감사해서 보답하는 차원에서 쉬운 노래를 하나 하겠다”고 말한 뒤 대표곡 ‘부기 온 & 온'(Boogie On & On)과 ‘아쿠아 맨'(Aqua Man)을 들려줬다.

빈지노는 이날 콘서트를 일반 공연장이 아닌 워커힐호텔 지하에 마련된 전시 공간인 빛의 시어터에서 열었다. 뮤지션의 단독 콘서트가 이곳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장 내부 사면에 형형색색의 영상이 상영되면서 풍성한 볼거리가 더해졌다. 노래에 맞춰 현대 미술 작품이나 어느 사막의 풍경 등이 공연장을 둘러싸면서 감각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라이프 인 컬러'(Life in Color) 무대에서는 곡 제목처럼 회색 화면에 색깔들이 덧칠해지는 효과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래퍼 오이글리·김심야와 듀오 y2k92가 피처링 가수로 함께 무대에 올랐다. 김심야와 y2k92는 게스트로 단독 무대도 꾸몄다.

빈지노는 오는 22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공연을 연다.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