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이언희 감독 “관객과 얘기 나누고픈 영화”

아웃사이더 두 남녀의 우정 그려…김고은·노상현 주연

“나도 안 믿는 날 믿어주는 사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연출한 이언희 감독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탐정: 리턴즈’를 만들 때는 관객이 보고서 ‘와 재밌다, 근데 우리 뭐 먹을까?’라고 반응하는 게 목표였어요. ‘미씽: 사라진 여자’ 때는 관객이 여운을 갖고 돌아가기를 바랐고요. 그런데 이번엔 관객의 생각이 어떤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연출한 이언희 감독은 24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의 목표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이 영화는 동성애자인 흥수(노상현 분)와 사회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이성애자 재희(김고은)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다.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외면받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의지하고 연대하는 모습이 감동을 준다.

이 감독은 “내가 나를 믿지 못해도 나를 믿어주는 네가 있다면 너무나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데뷔작인) ‘…ing’에서처럼 ‘대도시의 사랑법’에도 그런 저의 바람이 담겨 있다”며 웃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박상영 작가가 쓴 동명 소설집에 실린 ‘재희’를 원작으로 했다. 박 작가의 팬이었던 이 감독은 2019년 이 소설을 읽고서 “내가 영화로 되게 재밌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박 작가를 만나 영화화를 협의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속 한 장면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작 소설은 흥수의 시점으로 전개돼 재희의 속마음을 알기 어렵지만, 이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에서 재희와 관련한 서사와 디테일을 추가했다. 덕분에 재희의 이야기가 더 주체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물론 캐릭터 역시 생동감 있다.

이 감독은 “초고부터 촬영 직전 버전의 시나리오까지 박 작가님께 모두 보여드리고 코멘트를 받았다”며 “늘 작가님과 대화해가며 작업했다”고 떠올렸다.

흥수가 남자들에게서 집단 린치를 당하는 장면도 원작에는 없는 내용이다. 동성애를 치유가 가능한 병으로 여기는 흥수의 엄마, 흥수를 보고 쑥덕거리는 남자 동기들 등도 마찬가지다.

이 감독은 “상업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는 걸 찾아보기 어렵지 않느냐”며 “독립 영화를 많이 본 관객은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떤 분들은 (혐오 공격을) 상상도 못 하다가 이 영화를 통해 접하게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님의 소설은 문체는 가볍지만, 방어적으로 느껴졌어요. 너무 중요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말한다고 할까요. 글로만 봤을 때 모르는 표정들과 삶의 무게를 영화로 담아내고 싶었어요.”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속 한 장면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흥수와 재희가 사회에서 겪는 편견을 다룰 땐 분위기가 다소 무섭지만, 영화 전체를 보면 유쾌하고 코믹하다.

스무살의 두 사람이 밤새 술을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 “다시 술을 마시면 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라면 국물 한 입을 맛본 뒤 말없이 소주병을 꺼내 들 땐 그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한다.

대학 시절 재희와 흥수처럼 살지 못해 이들이 부러웠다는 이 감독은 “그렇게 살고 싶었던 저의 바람을 두 사람에게 녹였다”며 웃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모든 관객이 영화에서 내 모습을 찾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하면서도 결국엔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예요. 상업적인 성공을 떠나서 그저 순수하게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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