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스크린 복귀…”부부 호흡 맞춘 김희애 도움 많이 받아”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수려한 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 장동건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의 형사, ‘친구'(2001)의 조폭, ‘태극기 휘날리며'(2004)의 군인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왔다.
그가 이번엔 엘리트 의사로 관객을 찾아온다. 다음 달 16일 개봉하는 허진호 감독의 신작 ‘보통의 가족’에서다. 장동건이 스크린으로 관객을 만나는 건 ‘창궐'(2018) 이후 6년 만이다.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동건은 ‘보통의 가족’에서 자신이 연기한 소아과 의사 재규를 “지금까지 내가 연기해온 캐릭터들과는 달리 정말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보통의 가족’은 재규와 그의 형인 변호사 재완(설경구 분), 재규의 아내 연경(김희애), 재완의 아내 지수(수현)의 이야기다. 번듯한 상류층 가정이지만, 자녀가 뜻하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면서 네 사람을 지탱해온 가치관에 균열이 나기 시작한다.
장동건은 “기존 작품에선 나 자신이 아닌 무언가를 어디에선가 끌어와 덧붙이듯 캐릭터를 구축했다면, 이번엔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 표현했다”며 “이런 경험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할 때 마음가짐도 과거와는 달랐다”며 “배우로서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장동건은 수려한 얼굴로 스크린을 장식하거나 역동적인 액션 연기를 펼치는 모습으로 관객의 기억에 남아 있지만, ‘보통의 가족’에선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말의 어조와 표정의 미세한 변화로 그려낸다.
올해 52세인 장동건은 “20∼30대 시절엔 누아르와 같은 장르를 너무 좋아했는데, 그런 게 멋있다는 생각에 허세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작품의 제안이 많이 들어오기도 했고…”라며 웃었다.
재규의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자기 내면을 깊이 파고 들어간 장동건은 “(재규를 연기할 땐) 후련한 느낌이었다”며 “부끄럽고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을 연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표출하면서 속 시원함 같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재규는 지식인의 양심에 따뜻한 마음씨까지 가진 의사지만, 아들의 범죄 앞에 극심한 내적 갈등을 겪는다. 부모가 아니라면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운 감정이다.
장동건은 아내인 배우 고소영과 슬하에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두고 있다. 그는 “연기하다가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장면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장동건뿐 아니라 설경구, 김희애, 수현 모두 실제로 자녀를 둔 부모다. 장동건은 “촬영 현장에서 네 명이 대기할 땐 자연스럽게 육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가정에선 어떤 아버지인지 묻자 장동건은 “아이들이 아기였던 시절 혼자 그려봤던 근엄한 아버지의 모습 같은 건 없다”며 웃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라는 말을 안 하려고 노력한다”며 “내가 자라면서 무언가 깨달았을 때도 부모님이 말로 해준 가르침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보통의 가족’에서 재규의 아내 연경을 연기한 김희애는 실제로도 장동건보다 다섯 살 많고, 극에서도 연상의 아내로 나온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랜 부부처럼 호흡이 잘 맞는다.
장동건은 “김희애 선배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며 김희애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내 연기에 김희애 선배가 내 예상과는 다른 리액션을 보이면 ‘아, 이게 맞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보통의 가족’은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를 비롯한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작품이다. 장동건은 “토론토에서 반응이 좋아 안도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말의 뉘앙스까지 그대로 전달받는 국내 관객은 더 정확한 반응을 보이실 거라고 생각하니 걱정도 된다”며 “그래도 시사회 때 반응이 좋아 걱정보다는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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