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돈덕전서 ‘미키 인 덕수궁’ 전시…흑요석 작가 등 참여
국가유산-디즈니 캐릭터 협업 주목…”K-헤리티지 담은 상품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전통 혼례복을 입은 커플, 기러기를 들고 선 기럭아비,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셀카’를 찍는 도령….
조선 왕실의 역사가 깃든 궁궐 앞에 ‘그들’이 한복을 입고 있다.
그 주변으로는 구름, 돌, 소나무, 영지 등 불로장생을 나타내는 상징이 그려져 있다.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그린 십장생도(十長生圖) 속 한 장면이다.
6폭 병풍을 채운 주인공은 미키 마우스와 친구들. 세대를 넘어 사랑받아온 ‘슈퍼스타’ 미키가 덕수궁에 놀러 왔다는 상상은 젊은 예술가와 만나 작품으로 태어났다.
궁중 회화인 십장생도에서 영감을 받은 ‘미키장생도’를 공개한 우나영 작가는 27일 연합뉴스와 만나 “디즈니 만화를 보면서 떠올린 상상이 담긴 작품”이라고 말했다.
‘흑요석’이라는 활동명으로 잘 알려진 우 작가는 ‘한복 입은 앨리스’와 같이 동화 속 공주나 히어로(영웅) 캐릭터에 한복을 입힌 독특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유명하다.
특히 김홍도(1745∼?)의 풍속화 ‘씨름’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토르 : 라그나로크’의 포스터는 주연 배우가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는 글을 온라인에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28일부터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리는 ‘미키 인(in) 덕수궁: 아트, 경계를 넘어서’ 전시에서 또 한 번 ‘한복 입은’ 작품을 선보인다. 이른바 한복 입은 미키다.
우 작가는 “평소 궁을 찾는 관람객 중에서 한복을 입고 오는 사람이 많다. 이번 전시를 보면서 ‘미키도 한복을 입었네?’ 생각하면서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한 달 꼬박 작업한 ‘미키장생도’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품이다.
1928년 미키 마우스가 처음 탄생했을 때의 모습을 꼭 닮은 흑백 그림부터 한국의 경복궁, 덕수궁 등을 누비는 장면까지 색다른 미키의 모습을 병풍에 담아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입던 도포는 물론, 두루마기에 헤드폰을 쓴 ‘힙’한 복장까지 다양하다.
우 작가는 “어릴 때부터 미키와 친구들이 한복을 입고 서울 관광을 즐기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 캐릭터인 만큼 많은 분이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가유산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인 그는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100년이라는 시간 속에 우리 국가유산도 잘 보존해서 그 가치가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옛 그림이나 명승 등 국가유산이 “영감의 원천”이라며 “국가유산의 아름다움과 새로운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작품을 오래오래 꾸준히 그려 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이 창의적으로 표현한 다양한 ‘미키’도 소개한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레고 조각 1만8천개로 완성한 렌티큘러(lenticular) 작품이 설치돼 각도에 따라 한복을 입은 미키와 오늘날 옷차림을 한 미키를 각각 보여준다.
덕수궁 돈덕전과 회화나무를 배경으로 한 디즈니 캐릭터를 그린 세밀화, 연꽃 위에 서 있는 미키 마우스를 담은 도자기, 미키의 손에 단청 무늬를 입힌 조각 등도 공개된다.
국가유산청과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의 협업은 디즈니 측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만 국립고궁박물관과 다양한 문화 상품을 기획해 선보였던 디즈니 측이 한국에 큰 관심을 표했고, 올해 6월 국가유산청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질 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소비재사업부 총괄은 “K-콘텐츠와 K-팝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이 문화 교류의 중심지가 된 지금, 디즈니의 ‘마법’을 선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검토 중이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전시를 “디즈니 캐릭터와 우리 왕실 유산의 결합”이라며 “이런 동·서양의 만남은 K-컬처가 전 세계로 나가는 지름길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청장은 “K-헤리티지(heritage·유산)를 활용해 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캐릭터 상품을 만들고자 디즈니 측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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