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첫 군가는 1946년作 ‘해방행진곡’…공군 군가 ‘빨간 마후라’는 원래 영화 OST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1일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8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국군 장병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에도 즐겨 불린 군가의 역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요계에 따르면 광복 이후 국군 최초의 창작 군가는 1946년 작곡된 ‘해방행진곡’이다.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손원일 제독이 작사하고 그의 아내 홍은혜가 작곡했다.
이 곡의 힘찬 멜로디에는 일제강점기의 억압과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와 독립을 얻어낸 기쁨이 표현돼 있다. ‘생명선 이 바다로 지키자 싸우자 이 바다에서’라는 가사에는 우리 바다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국군을 창설하면서 현재 우리가 부르는 군가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외세의 침략을 많이 겪은 민족인 만큼, 우리나라의 군가들은 대중가요보다 앞서 탄생한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나라를 지키고자 예술인들이 나서 군가를 만들고 보급했다. 이 시기 군가는 나라는 물론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차원으로, 전선 일선과 후방의 연대감을 고취했다.
휴전 이듬해인 1954년 여름에는 한국전쟁 당시 만들어져 불린 곡들을 모은 ‘신선 군가집'(新選 軍歌集)도 나왔다. 이 책 표지에는 ‘육군본부 정훈감실 군가보급단 추천’이라고 한자로 써 있다.
군가집은 수록된 추천사를 통해 “전쟁에 임해 민족 사기를 고무하고, 국민의 전의를 앙양(昂揚)하여야 함은 다시 말할 필요조차 없거니와 8·15 이후로부터 6·25 동란을 통하여 수많은 군가가 발표되었으나 널리 국민 앞에 보급을 보지 못함은 자못 유감이라 아니 할 수 없다”고 출간 취지를 밝힌 점이 눈에 띈다.
이 책에는 국민가요, 육군군가, 해군군가, 공군군가 네 단락에 걸쳐 60곡이 수록됐다.
이후로 매년 새로운 군가가 만들어지고 불리어졌다.
1962년에는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하는 첫 소절이 유명한 군가 ‘진짜 사나이’도 만들어졌다.
1960년대 월남 파병이 시작되면서는 베트남 전쟁과 관련된 군가가 다수 제작됐다. 이들 군가는 파월 장병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애창하는 노래로 자리 잡기도 했다.
당시 인기 군가였던 ‘맹호들은 간다’, ‘우리는 청룡이다’, ‘달려라 백마’는 이시스터즈와 봉봉 사중창단의 목소리로도 발표됐다.
군가가 대중에 사랑받는 경우가 나온 것과 반대로, 대중가요가 군가로 자리 잡는 사례도 나왔다.
공군가로 잘 알려진 ‘빨간마후라’는 원래 1964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 주제가로 발표된 곡으로, 당대 인기 그룹 쟈니브라더스가 불렀다.
또 ‘육군 김일병’ 역시 신영균·최은희 등이 출연하고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1969년작 영화의 주제가였다. 이 곡은 원래 봉봉 사중창단이 발표했다.
이 밖에 이시스터즈의 ‘여군 미스리’나 봉봉 사중창단의 ‘부라보 해병대’ 등도 군에서 특히 인기를 누렸다.
1970년대 이후로도 ‘나의 조국’, ‘멸공의 횃불’, ‘조국이 있다’, ‘새 군가’ 등 많은 군가 음반과 군가집이 만들어졌다.
박성서 평론가는 “군가는 군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 가사에 행진곡풍의 힘찬 곡조를 붙인 것들이 많았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군대 혹은 병사를 테마로 한 대중가요도 사랑받았고, 대중가요에서 출발해 군가보다 더 군가로 사랑받는 노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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