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서 12년 연하 김영대와 계약결혼 커플로 호흡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손해영을 연기하면서 저에게 이익이 된 점은 ‘사이다’ 같은 새로운 모습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반면에 손해가 된 점이라면 제가 실제로도 욕을 잘 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생긴 것 같아요.”
이달 1일 종영한 tvN·티빙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에서 주인공 손해영을 연기한 배우 신민아는 2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으로 인한 손익을 이렇게 평가했다.
신민아는 이날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나 “사실 욕설 연기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찍은 건데, 진짜 모습일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손해 보기 싫어서’는 손해 보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주인공 손해영(신민아)이 결혼을 하지 않았단 이유로 입는 손해가 아까워 편의점 아르바이트 김지욱(김영대)과 가짜 결혼식을 올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손해영은 이름처럼 손해를 극도로 싫어하는 데다 여차하면 시원하게 욕설을 퍼붓는 당돌한 인물이다.
드라마 초반부 손해영은 아픈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 옛 남자친구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감히 누구 안부를 물어?”라고 쏘아붙인다. 욕설은 익살스러운 효과음으로 가려졌다.
신민아는 “욕설 연기도 하다 보니까 느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지만, 욕이 너무 속 시원하고 재미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가 욕하는 연기를 처음 한 건 아니지만, 해영이는 화가 나서 욕한다기보다 욕이 입에 붙어 있는 인물”이라며 “그런 특징이 인물의 이미지를 색다르게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손해영이 단순히 금전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인물만은 아니다.
그는 어린 시절 보육원 봉사활동을 하던 어머니가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위탁아동을 데려와 돌보는 바람에 자기가 받아야 할 사랑을 나눠야 했던 아픔을 가진 인물이다.
그런 손해영은 드라마 종반부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장례식에 위탁아동이었던 이들이 몰려와 진심으로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엄마는 손해 보는 일을 한 게 아니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신민아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손해영이 너무 이기적이고 계산적으로 따지는 인물이 아닐까 싶었지만, 사실 해영에게 손해란 금전적인 손실보다 자기만의 기준과 규칙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흔히 손해는 부정적인 뜻으로 생각되지만, 손해영은 남들에게 손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할 줄 안다”며 “손해의 뜻을 다르게 받아들일 줄 아는 현명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신의 손해만큼이나 타인의 손해도 피하려 하는 손해영은 가짜로 결혼한 김지욱과 실제 사랑에 빠진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 채 태어난 김지욱은 자신을 키워준 외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외국에서 가정을 꾸린 친어머니를 찾아가지 않는다. 또 위탁아동인 자신을 돌봐준 어머니 같은 이은옥(윤복인)과의 약속을 지키려 그의 딸 손해영에게 어머니와의 관계를 비밀로 한다.
이처럼 자기를 희생하며 살아온 김지욱은 손해를 싫어하는 손해영과 서로 정반대의 인물인 것 같지만, 종반부에 가선 서로를 향한 조건 없는 마음을 확인한다.
신민아는 “손해영과 김지욱은 사실 아주 달라 보이면서도 닮은 인물”이라며 “사랑의 결핍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겪었고, 같은 감정을 느끼는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민아는 둘 중 어떤 인물로 살고 싶은지 묻는 말에는 “저는 손해 보지 않는 사람으로 사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신민아는 모델 활동과 뮤직비디오 출연 등을 거쳐 2001년 영화 ‘화산고’로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해 20년 넘는 경력을 쌓았다.
과거엔 선배 남자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더 흔했지만, 이번 작품에선 열두 살 어린 후배 김영대와 호흡을 맞췄고 드라마 속 설정도 손해영이 김지욱보다 7년 연상이다.
신민아는 후배 배우와의 호흡에 대해 “이렇게 나이 차이가 큰 커플 호흡은 처음 겪었지만, 극중의 설정과 실제 촬영장의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오히려 편하게 작업했다”고 떠올렸다.
1984년생인 신민아는 올해로 40대가 됐다. 맡는 역할이나 연기, 상대 배역 등에 변화를 느끼지 않는지 묻자 “사실 나이에 대해선 별다른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나이에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았어요. 지금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시기에 여러 작품을 하고, 여러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할 뿐이죠.”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