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김상만 감독 “시대에 대한 관점 담아”
“넷플릭스 영화 논란? 스크린 사이즈가 문제 되는지 질문해야”
(부산=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박찬욱 감독님께서 ‘동조자’ 촬영 기간에도 새벽에 일어나셔서 ‘전, 란’ 시나리오를 일일이 봐주시고 조언해주셨어요. 그 에너지가 참 존경스러웠습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 란’을 연출한 김상만 감독은 2일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님은 제게 스승 같은 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 란’은 박 감독이 대표로 있는 모호필름이 세미콜론 스튜디오와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박 감독은 각본에도 참여해 조선시대 임진왜란 전후 권세 높은 양반 가문의 외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 감독은 “(촬영을 마친 뒤) 제가 관성적으로 편집한 것을 박 감독님이 뜯어보시고는 ‘잘 찍어놓고 왜 이렇게 편집했어?’라고 하시더라”며 “원래 의도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고 돌아봤다.
강동원은 “박 감독님께서 촬영 현장에 오신 첫날 제 발음을 듣고 장음과 단음을 구분해주셨는데, 장원급제가 아니고 장∼원급제라고 직접 정정해주셨다”며 웃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에서 미술감독을 맡으며 박 감독과 처음 만난 김 감독은 이후 ‘친절한 금자씨'(2005),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에서는 광고 디자인을 맡아 연을 이어왔다.
‘심야의 FM'(2010),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2014) 등을 연출한 김 감독은 박 감독에게서 ‘전, 란’의 메가폰을 잡을 것을 제안받고서 10년 만에 연출에 도전했다.
김 감독은 “평소 계급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었다. 이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계급의) 캐릭터들은 모두 시대에 대한 관점을 다 다르게 가지고 있다”며 “그런 것들이 너무 잘 표현돼 있어서 잘 담아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전, 란’은 양인의 신분으로 태어나 빚 때문에 노비가 된 천영이 신분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그린다. 종려는 그와 어릴 적부터 막역하게 지냈지만, 노비들의 난을 겪은 뒤 급격하게 신념이 바뀌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노비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제안이 들어와 좋았다”며 “감정 표현도 기존에 했던 다른 캐릭터들보다 더 많이 하려고 했고, 액션도 좀 더 자유롭게 했다”고 강조했다.
박정민은 “처음에는 천영과 비슷한 검술을, 7년이 지난 뒤에는 조금 다른 느낌의 검술을 각각 표현하려고 했다”며 “천영보다 더 굵고 큰 검을 사용해 동작을 크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외에도 기존의 체제를 지키려는 선조(차승원), 백성을 버린 왕이라도 섬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병장 자령(진선규), 자기 가족과 이웃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범동(김신록), 무사에서 살인마로 변하는 왜군 겐신(정성일) 등이 나와 말과 무기로 대결을 벌인다.
‘전, 란’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돼 일각에선 비판이 일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영화계가 위기를 맞은 만큼, 영화제의 취지를 살려 극장용 영화에 중점을 둬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도신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재밌게 봤고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좋은 영화”라며 “그동안 개막작으로 주로 독립영화를 상영했지만, 대중성을 생각한다면 그 영화가 OTT라도 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최근 영화계가 어렵다고 하는데 시대마다 그 고비가 있었다. 통과의례 같은 것”이라면서 “오만한 말이지만, 영화는 계속 생명을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 작품이 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될 때마다 논란이 있지만, 논란 자체에 대해 질문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스크린) 사이즈가 과연 문제인가. 영화라는 것이 (극장) 상영 조건에 반드시 일치해야 영화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감정을 공유하는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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