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많은 이들이 과거에서 교훈을 얻는다. 나아가 현실에 그 교훈을 적용하려 한다.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으니 현재도 반복될 것이라 기대하면서다. 하지만 똑같은 일이 역사에서 반복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미세한 변화만으로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고, 거대한 움직임이 파생되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클라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신간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웅진지식하우스)에서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인 우발성에 관해 탐구한다. 그는 카오스 이론을 비롯해 역사, 진화생물학, 철학, 지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세상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과학 발전과 혁신 덕택에 세상의 작동 메커니즘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여긴다. 착각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더 제멋대로다. 작은 변화 하나만으로도 큰 파장이 몰아치며 우연이 흔하게 발생한다.
가령,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원자폭탄 ‘리틀 보이’가 군수공장이 들어선 교토가 아닌 히로시마에 떨어진 건 교토가 미군 고위 관계자의 애착 도시라는 이유가 컸다. 사냥터에서 아슬아슬하게 죽음을 피한 오스트리아-헝가리 대공은 결국 암살당해 제1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됐다. 내로라하는 경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통화기금(IMF)은 온갖 경제 이론을 활용하지만, 미세한 경기 변화 탓에 불황 예측에 실패하곤 한다.
이처럼 우연적 요소가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주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저자는 부연한다. 과거에 우리가 했던 일이 현재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현재 하는 일이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그는 설명한다. 요컨대 우발성과 인과율이 이 세계에서 어느 정도 함께 작동한다는 것이다.
“과거를 미세하게 바꿔놓기만 해도 세상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심지어 우발적으로 미래의 자기 자신을 지워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에 대해서 우리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그 누구도 버스를 한 번 놓쳤다고 해서 미래가 돌이킬 수 없게 바뀌어버릴까 봐 공포에 떨지 않는다. 그러긴커녕 우리는 소소한 일들이 그다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저 모든 것이 결국에는 다 씻겨나가고 정화되리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의 모든 세세한 부분이 우리의 현재를 만들어냈다면, 현재의 모든 순간 역시 우리의 미래를 창조해 낼 것이다.”
김문주 옮김. 4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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