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심윤경 장편소설 ‘위대한 그의 빛’

정은귀 교수의 청소년 시 수업 ‘홀로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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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위대한 그의 빛 = 심윤경 지음.

‘나의 아름다운 정원’, ‘영원한 유산’ 등의 소설을 쓴 심윤경 작가가 현대의 고전이 된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202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새로 쓴 독특한 소설이다.

작가는 1920년대 풍요롭지만 공허했던 ‘재즈 시대’의 뉴욕을 무대로 한 원작의 이야기를 현대의 서울로 옮겨왔다. 미국 전통의 부호 데이지와 톰이 사는 이스트에그는 압구정동으로, 신흥 부자 개츠비가 사는 웨스트에그는 성수동으로 대체된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목격하고 서술하는 이가 남성인 닉이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여성 이규아다.

작가는 이규아의 시선을 통해 바이오 스타트업과 가상화폐로 엄청난 물질적 부를 일구는 데 성공한 제이 강, 그가 대학 시절 열렬히 사랑했던 여인 유연지, 그리고 제이 강을 첨단 금융자본주의의 영웅으로 추앙하는 현대 한국의 인간 군상들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피츠제럴드가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황금 만능주의가 만연했던 1920년대 뉴욕의 시대상을 그린 것처럼 심윤경은 ‘위대한 그의 빛’을 통해 현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배금주의를 서늘하게 비판하고 있다.

작가는 성수동과 압구정동이 마주 보고 있는 풍경을 보고 이 소설을 처음 구상했다고 한다.

“올드 머니와 뉴 머니를 대표하는 두 건물이 찰랑이는 넓은 물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이 풍경은 분명 낯익은 데가 있었다. 개츠비가 바다 건너편 가물거리는 초록 불빛을 향해 손을 내밀던 바로 그 자리에 선 놀라움 속에서 이 소설은 시작되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원작의 시대와 공간, 인물들과 이 작품을 천천히 비교해가며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문학동네. 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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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함께 = 정은귀 지음.

오랜 시간 영미시를 연구하고 가르치고, 또 시의 아름다움을 일반 독자들에게 여러 경로로 일깨워온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가 10대들을 위해 펴낸 책이다. 부제는 ‘시를 처음 읽는 십 대를 위한 언어 수업’이다.

T.S. 엘리엇, 자크 프레베르, 베르톨트 브레히트, 오은 등 국내외 여러 시인들의 시를 소개하고 10대 청소년들에게 시 읽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전한다. 각 장의 끝에 배치한 언어 연습 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이 시를 매개로 스스로 천천히 관련 주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했다.

저자는 “시의 언어는 챗GPT가 잘하지 못하는 것을 가르쳐준다”며 “시의 언어는 질문하는 힘을 길러주는 언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10대가 아닌 성인 독자가 읽어도 깨달음을 얻을 만하다.

“이 책은 시를 통해 질문하는 방식을 새롭게 합니다. (중략) 더 치밀하게 사유하고 묻고 따지는 시선과 멀리 높이 보는 시선, 그리고 소리 내어 말하는 힘도 함께 기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민음사.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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