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가족’ 김희애 “귀여운 캐릭터 연기…평소에도 허당”

장동건과 부부로 호흡…”허진호 감독 영화 세계에 흠뻑 빠져”

‘보통의 가족’ 주연배우 김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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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김희애는 냉철하고 이지적인 캐릭터에 잘 맞을 것 같은 배우다.

영화 ‘허스토리'(2018)나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와 같은 작품에서 우아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도 이런 느낌 때문일 것이다.

그런 김희애가 이달 16일 개봉하는 허진호 감독의 신작 ‘보통의 가족’에선 좀 더 복잡한 캐릭터를 그려낸다.

영화 속 김희애가 연기한 연경은 프리랜서 번역가이면서 자녀 교육과 시어머니 돌봄까지 떠맡고 있는 워킹맘이다.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 분)의 연상 아내인 연경은 재규의 형 재완(설경구)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 지수(수현)에게 은근히 열등감도 드러낸다.

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희애는 연경에 대해 “전문직이지만, 엄마의 역할 쪽에 좀 더 무게중심이 있다”며 “귀여운 캐릭터”라고 말했다.

극 중 연경이 열등감과 같은 복잡한 속내를 표출하는 방식은 김희애의 말처럼 귀엽다. 나이가 한참 아래인 지수를 뼈 있는 말로 공격할 땐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보통의 가족’에 담긴 유머 코드의 많은 부분은 김희애의 몫이다. 김희애는 “내가 평소 ‘허당’이기도 하다”며 웃었다.

‘보통의 가족’은 변호사 재완과 의사 재규, 이들의 아내인 지수와 연경이 자녀가 무서운 범죄를 저지른 사실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다.

악인이 아닌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의 도덕관념이 붕괴하는 모습을 포착한 게 이 영화의 묘미다.

김희애는 연경의 캐릭터에 대해 “직설적이고 이기적인 것 같지만, 좋은 일을 할 땐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영화 ‘보통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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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쌍의 부부가 무너져 내리는 과정은 세 차례에 걸친 식사 장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김희애는 “이 영화는 ‘밥 세 번 먹으면 끝난다’고 생각했는데, 그 세 장면을 찍는 데 진이 다 빠지는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로맨스의 명작으로 꼽히는 ‘8월의 크리스마스'(1998)와 ‘봄날은 간다'(2001)로 유명한 허 감독의 영화에 김희애가 출연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허 감독님은 배우라면 누구나 작품을 함께하고 싶은 감독인데, 오랫동안 부름을 못 받다가 이렇게 나이가 들어 불러 주니 반가웠다”며 웃었다.

김희애는 “허 감독의 연출 세계에 흠뻑 빠질 기회였다”며 “책(시나리오)도 문학적이었고, 배우진도 ‘짱짱’해 그 일원이 된다는 게 너무 좋았다”고 돌아봤다.

‘보통의 가족’은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를 비롯한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았다. 김희애는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재밌게 봐줄 줄은 몰랐다. 영화 속 유머 코드에도 다 웃더라”며 “국내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보통의 가족’은 지난 2일 개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 김희애는 허 감독, 장동건, 수현과 함께 개막식 레드 카펫에 올랐다.

올해 57세인 김희애는 “나이로 치면 할머니 역할을 할 때인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며 “‘오래 버티니 행복한 순간이 오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4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해온 베테랑이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변함이 없다. 김희애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좀 더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희애는 배우의 화려한 삶보다는 혼자일 때 누리는 소박한 생활이 더 좋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가 정상에 올랐구나’ 싶어도 돌아보면 물거품이고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소박하게 나 자신으로 살 때가 행복하다”고 했다.

영화 ‘보통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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