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변요한 “살인 누명 쓴 인물, 벌거벗고 연기한 기분”

“이토록 약한 인물 연기는 처음…메시지 있는 작품 선택하죠”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블랙 아웃’ 배우 변요한
[TEAMHOPE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벌거벗고 연기한 것만 같아요. 아무런 장치도 없고 친구도 없으니까요. 벽을 보고 연기하는 기분이랄까요?”

배우 변요한은 지난 4일 종영한 MBC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블랙아웃'(이하 ‘백설공주에게’)에서 살인 누명을 쓴 고정우를 연기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변요한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제 한계를 많이 느꼈고, 그만큼 많이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변요한은 이번 드라마에서 고난도의 연기를 선보였다.

변요한이 연기한 고정우는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일어나 보니 친구 두 명을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된다. 정우는 강압적인 수사를 받은 끝에 감옥에서 11년 동안 복역하고, 만기 출소한 뒤에는 살인자라는 멍에 때문에 어디서도 대접받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변요한은 고정우에 대해 “지금까지 제가 연기한 인물 가운데 가장 약한 존재인 것 같다”며 “정우가 무슨 말만 하려고 하면 주변에서 ‘닥치라’고 윽박지른다. 정말 외로운 인물”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블랙 아웃’ 배우 변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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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는 친구 두 명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돼 11년 만에 풀려난 고정우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범죄 스릴러다. 동명의 독일 소설(원제 ‘Schneewittchen muss sterben’)이 원작이다.

고정우는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죄를 자백하고, 이후 자신이 실제 친구들을 살해하고도 술에 취해 기억을 잃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출소 후 전혀 기억나지 않는 곳에서 숨진 친구 한 명의 유골이 발견되고, 사건의 진상이 차츰 모습을 드러낸다.

변요한은 “친구의 유골이 발견되면서 정우는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확신하게 되는 것 같다”며 “이전까지는 자기 스스로를 의심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후로도 고정우는 진실이 밝혀지기를 꺼리는 이들에 의해 여러 방해에 시달리지만, 결국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고 정우는 재심 끝에 누명을 벗는다. 이 과정에서 선량한 마음을 가진 대학생 하설(김보라), 정의감을 가진 형사 노상철(고준)의 도움을 받는다.

변요한은 이런 전개에 대해 “이기심과 탐욕, 잘못된 신념 때문에 진실이 가려졌다가 결국은 밝혀지는 이야기”라며 “처음엔 작은 빛이 큰 어둠을 절대 이기지 못할 것만 같았는데, 진실한 작은 빛들이 모여 합쳐지면서 결국 어둠을 이겨낸다”고 풀이했다.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블랙 아웃’ 배우 변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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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의 여러 특징 중 하나는 누명을 쓴 고정우가 진범 또는 사건을 은폐한 이에게 사적으로 복수하는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많은 드라마가 현실에서 이루기 어려운 속 시원한 단죄나 복수를 다루는 것과 대조적이다.

변요한은 “고정우의 행동이 조금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정우는 진정한 사랑이 뭔지 아는 부모님 아래서 자란 인물인 만큼 사적인 복수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결국 정우는 복수가 아니라 진실을 원하고 죽은 친구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고 싶었을 뿐”이라며 “이런 특징 덕분에 우리 드라마의 여운이 더 길게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종반부에 결국 잘못을 저지른 이들은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 누명을 벗은 고정우는 뒤늦게 대학에 입학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를 도와 진실을 밝힌 형사 노상철은 정우에게 “그냥 보통의 삶을 살아가라”고 격려한다.

변요한은 이런 결말을 두고 “촬영하면서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고, 이게 우리 드라마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 생각에 정우는 노상철 형사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아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블랙 아웃’ 배우 변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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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은 올해 세 편의 작품이 연달아 공개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그녀가 죽었다’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그리고 ‘백설공주에게’이다.

변요한은 “사실 촬영을 끝낸 지 오래된 작품도 있는데, 어쩌다 보니 세 작품에 연달아 나오게 됐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녀가 죽었다’는 2021년, ‘백설공주에게’는 2022년에 촬영을 마쳤으나 개봉과 방송 편성이 늦춰졌다고 한다.

변요한은 “업계가 힘든데도 한 해에 세 작품으로 찾아뵙게 돼서 올해가 저에게 특별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개봉을 목표로 하는 영화 ‘파반느’의 촬영도 최근 마쳤다.

2011년 단편 영화로 데뷔한 이래 거의 한 해도 쉬지 않고 달려온 변요한에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는지 묻자 “늘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변요한은 “만약 로맨틱 코미디와 동시에 제안받았다고 해도 저는 ‘백설공주에게’를 선택했을 것”이라며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연기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