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첫 출연…”욕심쟁이라 기회가 온다면 다 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이달 16일 개봉하는 허진호 감독의 신작 ‘보통의 가족’은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네 배우가 펼치는 연기의 향연과 같은 작품이다.
잘나가는 변호사 재완(설경구 분)과 소아과 의사인 동생 재규(장동건), 재완의 아내 지수(수현)와 재규의 아내 연경(김희애)이 자녀가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무너져가는 과정을 그렸다.
수현이 연기한 지수는 극에서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할 수 있지만, 연기하기는 쉽지 않은 캐릭터다.
두 가족의 주변을 맴도는 듯하면서 객관적인 관찰자의 역할도 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극의 후반부로 가면서 미묘한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수현은 능숙하게 지수의 캐릭터를 구현해낸다. 베테랑인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의 연기에 밀리지 않는다.
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수현은 주변인으로서 지수가 가진 성격을 ‘뜬금없음’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는 “지수의 캐릭터는 뜬금없는 면이 있었다”며 “반려견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그 뜬금없음을 어떻게 살려낼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보통의 가족’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식사 장면은 네 사람의 도덕관념이 붕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수현은 “지수가 말하는 타이밍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며 “(대화 속으로) 치고 들어갈 때도 너무 강하면 안 되고, 약간 확신이 없는 듯 말하며 여지를 남겨야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지수에 대해 “마인드가 건강한 사람”이라며 “허 감독님도 ‘가장 보통의 사람’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수현의 연기가 자연스러운 것은 실제 성격이 지수와 잘 맞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는 “지수라는 역할은 내게 잘 맞는 옷과 같은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대선배인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와 호흡을 맞춘 것은 수현에게 귀중한 경험이었다. 수현은 “촬영 기간 내내 너무 재밌어 집에 가기 싫을 정도였다”며 웃었다.
지난달 4일 ‘보통의 가족’ 제작보고회에서 허 감독 영화에 출연하는 게 자신의 ‘버킷 리스트’였다고 밝히기도 한 수현은 허 감독에 대해 “겸손한 분”이라며 “배우에 대한 디렉션(연출 지시)도 항상 질문 형식으로,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묻는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모델 출신인 수현의 영화배우 데뷔작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이다.
이후 ‘이퀄스'(2015), ‘다크타워: 희망의 탑'(2017),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2018)에 출연한 그에게 ‘보통의 가족’은 한국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수현은 “한국 영화인이 되고 싶은 바람이 엄청나게 컸다”며 “첫 한국 영화를 찍어 뿌듯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수현은 국내 드라마에선 오래전부터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경성크리처’ 시즌1과 시즌2,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앞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수현은 “욕심쟁이라 기회가 온다면 다 할 것”이라며 “외모든 감정이든,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어린 딸을 키우는 수현은 “(딸이 보기에) 여성으로서 멋있게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이루고 싶다”며 “여성에게 정의롭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부딪치는 그런 여배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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