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미술관, ‘정부 보증’ 조항 요구…현재 협약문 내부 검토 중
14세기 불교문화 정수로 여겨져…”정부, 사리구 반환 입장 밝혀야”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가 압류를 면제한다는 조건을 달고 일정 기간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기헌(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스턴미술관 측은 올해 6월 12일 국가유산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사리구 압류 면제 및 대여 종료 시 반환에 대한 정부 보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압류 면제는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이 전시 등의 목적으로 잠시 들어왔을 때 압류나 몰수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를 뜻한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지난 2월 보스턴미술관과 협의를 거쳐 사리구를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사리는 대한불교조계종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3여래(부처) 2조사(祖師)의 사리는 본래 소장처로 추정되는 경기 양주시 회암사지로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감)했으며, 사리구 관련 협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미술관 측은 지난 6월 “사리구 대여가 실현되길 바라지만 조건이 필요하다”며 압류 면제와 대여 종료 시 반환 조항을 협약문에 명시해달라고 요구했다.
미술관은 또, 사리구 대여와 관련한 협약문을 언급하며 “이런 요청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동의가 있을 때 초안에 대한 수정본을 보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논의를 거쳐 6월 24일 사리구 압류 면제와 대여 종료 시 반환을 정부가 보증한다는 내용의 조항을 추가한 협약 수정본을 미술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술관 측은 수정된 협약 내용에 대한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의원실에 따르면 국가유산청 측은 “지난 9월 미술관 관계자가 방한했을 당시 (미술관) 내부에서 협약서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정부 보증이 명문화된 조항을 고려하면 향후 사리구 반환은 어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기헌 의원은 “국가유산청이 말하는 ‘임대’라면 최소한 외규장각 의궤의 경우처럼 영구 임대 정도는 되어야 사리구의 반환에 준한다고 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리구 반환에 대한 정부 입장이 바뀌었다면 솔직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스턴미술관 소장 사리구는 14세기 불교문화의 정수를 담은 유산으로 여겨진다.
사리구 안에는 작은 크기의 팔각당형 사리구 5기가 안치돼 있으며,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지공(?∼1363)·나옹(1320∼1376) 스님과 관련한 사리 4과가 있었다.
미술관 측은 1939년 보스턴에 있던 야마나카 상회로부터 사리구를 샀다고 알려져 있다.
사리와 사리구를 돌려받기 위한 논의는 2009년 무렵 시작됐으나 2013년 이후에는 사실상 중단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보스턴미술관을 찾은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반환을 위한 논의를 제안한 것을 계기로 협의가 재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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