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포로 석방을 위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교황이 이날 오전 9시 45분부터 10시 20분까지 35분간 바티칸 사도궁에서 회담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에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인들을 데려오는 데 교황청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며 주로 이 문제를 놓고 교황과 회담했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교황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교황청 국무장관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교황청 외무장관인 폴 갤러거 대주교와 후속 회담에서 “전쟁 상황과 전쟁을 종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회담이 끝난 뒤 교황은 ‘평화는 연약한 꽃’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청동 작품을 선물로 건넸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차 학살’을 묘사한 유화를 선물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지역은 러시아가 민간인을 대량 학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승리 계획’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독일 베를린 등 유럽 4개국을 이틀 일정으로 방문 중이다.
교황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만난 것은 지난 6월 이탈리아 동남부 풀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4개월 만이다.
교황은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백기’라는 단어를 사용해 우크라이나의 반발을 샀다.
이 발언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교회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 살고자 하는 사람과 당신을 파괴하려는 사람을 사실상 중재하려면 2천500㎞ 떨어진 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며 교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교황은 전날에는 우크라이나 정교회 스뱌토슬라우 셰우추크 대주교를 비공개로 만났다.
셰우추크 대주교는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의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 중이다.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