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시작’ 터틀미 작가 “소설에 이민자 정체성 담겼죠”

3세에 한국→미국 이민…UC버클리 졸업 후 직장 다니다 취미로 웹소설

美웹소설 최초 ‘아니메’로 제작…”총 12권으로 마무리 예정”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에서 태어나서 세 살 때 미국으로 이민 와서 쭉 살아왔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끝이 아닌 시작’이 이민자로서의 제 정체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봐요. 가족을 중시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는 한국 문화가, 전투와 마법 같은 부분에서는 서양 판타지 문학의 요소가 섞여 있죠.”

웹소설 ‘끝이 아닌 시작’을 쓴 터틀미(이태하) 작가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웹소설 ‘끝이 아닌 시작’을 쓴 터틀미(한국명 이태하·31) 작가는 20일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민 경험이 작품에 미친 영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끝이 아닌 시작’은 고독한 왕 그레이가 마법과 엘프, 마나 짐승 등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환생해 새로운 삶을 사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웹소설이다.

현재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북미 플랫폼 타파스의 대표작이자 미국 웹소설로는 최초로 ‘아니메'(일본식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확정했지만, 처음에는 누구도 이 작품이 이처럼 성공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터틀미 작가는 2015년께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취미로 웹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 첫 작품이 바로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그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지만, 부모님 기대에 부응하려면 직장은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퇴근하면 스타벅스에 가서 글을 썼다”며 “1년 넘게 ‘로열로드'(북미 아마추어 웹소설 플랫폼)에 글을 올리다 보니 구독자가 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필명도 당시 즉흥적으로 만들었다며 “거북이가 느린 동물인데, 저도 처음으로 글을 쓰느라 느릴 수 있다는 의미로 생각 없이 만들었다. ‘좀 더 멋있는 필명을 만들 걸’하는 생각도 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시작한 ‘끝이 아닌 시작’은 점점 인기를 끌었다. 타파스로부터 연재 제의를 받고 어느 정도 수익도 내게 되면서 그는 아예 전업 작가로 전향한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를 졸업하고 재무 직군에서 일하며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터틀미 작가에게 이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작가는 “부모님이 미국에 오셔서 고생하고, 저를 위해 희생하셨다”며 “한국 부모님들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다니는 것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기에 전업 작가로 전향하기 전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웹툰 ‘끝이 아닌 시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렇게 탄생한 ‘끝이 아닌 시작’은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웹툰으로도 만들어졌고 한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6개 언어로 번역돼 연재 중이다. 내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크런치롤에서 방영 예정이다.

‘끝이 아닌 시작’의 매력으로는 동서양의 문화가 절반씩 섞인 판타지라는 점, 거대한 세계관과 주인공의 성장 서사 등이 꼽힌다.

주인공의 성장이 느린 호흡으로 묘사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보상이나 능력이 쉽게 주어지는 ‘먼치킨'(강력한 힘을 가진 캐릭터) 전개는 초반엔 멋있지만, 50화 정도 넘어가면 재미가 떨어진다”며 “저는 주인공 아서가 여러 가지 큰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꼭 만들고 싶었고, 이를 통해 더 큰 희열을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약 10년에 걸쳐 풀어놓은 이 이야기는 총 12권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12권으로 마무리 예정인데 현재 12권을 쓰고 있으니 작가로서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에요. 10년째 이 작품에 집중했던 만큼 완결 후에는 좀 쉬고 싶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작가로서 활동할 겁니다.”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