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후 이동 중 피습…”과거 실종 사건 관련 비판받은 적 있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남부 국경 지대인 치아파스주(州)에서 20일(현지시간) 원주민 출신 가톨릭 신부가 미사 직후 차 안에서 총격받고 숨졌다.
치아파스 검찰청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산크리스토발 데라스 카사스에서 발생한 신부 피살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개시한다”며 “피해자는 이날 한 차 안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쿠스티탈리 지역에서 시무하는 마르셀로 페레스 신부라고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과 레포르마는 보도했다.
페레스 신부는 이날 미사를 마치고 다른 성당으로 이동하던 중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괴한의 총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페레스 신부는 치아파스에 주로 살고 있는 원주민 초칠족 출신으로, 현지 원주민·중남미 이주민 인권 보호 활동가들 사이에선 유명 인사로 꼽힌다.
갱단 범죄와 토지 분쟁 등으로 시끄러운 이 지역에서 갈등을 중재하는 협상가로 잘 알려져 있었는데, 지난달에는 3천여명의 가톨릭 신자와 함께 ‘평화 행진’을 진행하는 데 앞장섰다고 일간 레포르마는 보도했다.
그는 자신의 활동과 관련해 불만을 품은 이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은 적 있다고 한다.
특히 2015년 판텔로 지역에서 발생한 21명 실종 사건과 관련, 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지목된 자경단 ‘엘마체테’와 페레스 신부가 가까운 관계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건 발생을 미리 막지 못했다”는 실종자 가족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 일로 수사 대상에 올랐던 페레스 신부는 “나는 당시 다른 지역에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고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전했다.
원한 관계에 의한 사건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루틸리오 에스칸돈 치아파스 주지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 “범인이 정의에 직면하도록 모든 관련 당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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