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한 형사 ‘무중력’ 역할…”분장팀에 망가뜨려 달라 당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박지환이란 배우가 요즘 엄청 과대평가 돼 있잖아요. 코미디의 절정이라거나 대세라거나. 그런데 저를 알거든요. 그 정도 실력이 아니에요.”
배우 박지환은 올해만 영화 ‘범죄도시4’와 ‘핸섬가이즈’,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와 ‘우씨왕후’, ‘강매강’ 등에 출연하며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해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두 영화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범죄도시4’는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드라마에선 사극과 범죄 스릴러, 코미디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이만하면 배우로서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지만, 박지환은 오히려 “잘못되기 딱 좋은 시기”라며 조심스러워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지금 저는 오만해지고 건방지게 되기 쉬운 시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요즘이 제일 괴롭다”며 “어딜 가든 잘한다고 대접만 해 주고 부족한 게 뭔지 알려주지도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가 연기를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고 성장에 목말라 있는지 보여주는 말이다.
“예전에 연극을 할 때도 그랬어요. 한창 잘한다는 얘길 너무 많이 듣는데, 선배 한 분이 그러시는 거예요. ‘지환이 연기는 과대평가 된 것 같지 않아?’ 하고요. 그 말을 듣는데 너무 통쾌했죠.”
‘강매강’은 괴짜 같은 다섯 명의 강력반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다룬 코미디 수사물로, 제목은 ‘강력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의 줄임말이다.
제목처럼 드라마 속 형사들은 조금씩 이상하면서도 매력적이다. 박지환이 연기한 형사 무중력은 ‘무대포’처럼 직감만 믿고 수사하는 대책 없는 인물이지만, 올림픽 국가대표 복서 출신으로 흉악범을 손쉽게 제압하는 든든한 모습도 보여준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범죄자 장이수 역할로 이름을 알린 그는 이번 작품에서 형사 역할을 맡은 것을 두고 “다른 건 몰라도 도망을 다니지는 않아서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다만 형사를 연기한다고 망가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박지환은 수사를 위해 노숙인, 휠체어 탄 노인, 폭력조직원 등으로 분장해 웃음을 유발했다.
박지환은 “분장팀이 ‘이렇게까지 해도(망가뜨려도) 되나?’ 하고 조심스러워하면 제가 ‘하고 싶은 것 다 해주세요. 소화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받아들였다”며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제가 분장을 너무 심하게 한 걸 보고 ‘정말 이렇게까지 할 거야?’라고 농담한 배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무중력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치명적인 매력이다. 과거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후 우수에 찬 분위기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됐다는 설정이다.
박지환은 이런 드라마 설정에 대해 “사실 치명적으로 보여야 하는 장면들이 가장 연기하기 어색했다”며 “연기하다가 혼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떠올렸다.
박지환은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지만, 특히 ‘범죄도시’를 비롯한 코믹 연기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강매강’에서도 우스꽝스러운 분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연기력이 돋보이는 코믹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무중력이 헤어진 여자친구와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중력은 과거 ‘거지가 될 팔자’라는 점쟁이의 말 때문에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과 헤어지는데, 하필 노숙인으로 변장해 잠복하던 중 옛 연인과 마주친다.
무중력의 모습에 진짜 노숙인이 된 것으로 오해한 여자친구는 “밥이라도 사 먹으라”며 돈을 건네는데, 중력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어도 잠복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이 장면에서 박지환은 자기 처지를 설명하고 싶은데도 말하지 못하는 무중력의 억울함을 울분에 찬 표정으로 연기했다.
박지환은 “웃기려고만 하는 코미디는 잔재주라고 생각한다”며 “코미디 연기가 섬세하지 못하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장면이 넘어간다. 연기하는 사람들끼리만 재미있고 보는 사람에게는 재미없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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