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 프로듀서 겸 가수…내달 정규 앨범 ‘시네마 3000’ 발매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아날로그 악기를 연주하는 일은 말 그대로 공기를 움직이는 것과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음악을 들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을 전달할 수 있죠.”
영국 출신 프로듀서 겸 가수 커먼 세인츠가 통기타 연주를 시작하자 공연장의 분위기는 그의 손을 따라 요동치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마디마다 힘있게 끊어치는 연주를 선보이는 대목에서 숨을 죽인 채 가수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느꼈다. 반대로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감미로운 선율을 들려주자 관객들은 그와 함께 호흡하며 연주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커먼 세인츠는 24일 서울 용산구에서 정규 앨범 ‘시네마 3000′(Cinema 3000) 발매 기념 청음회를 열고 한국 팬들을 만났다.
그는 “청취자들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음악을 만든다”는 설명대로 몰입력 있는 음악으로 강한 첫인상을 남겼다.
커먼 세인츠는 영국 출신 음악 프로듀서 찰리 J. 페리가 솔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용하는 이름이다.
방탄소년단(BTS) 뷔의 솔로곡 ‘싱귤래러티'(Singularity)를 프로듀싱한 것으로 알려진 페리는 2020년부터 커먼 세인츠라는 이름으로 음반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이날 청음회에서 다음 달 1일 발매하는 첫 정규앨범 ‘시네마 3000’ 수록곡 일부를 들려줬다. 라이브 기타 연주를 동반한 ‘스위트 릴리즈'(SWEET RELEASE), ‘아이돌 아이즈'(IDOL EYES)를 비롯해 총 8곡을 선보였다.
커먼 세인츠는 이번 앨범에 자신이 현재 시대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여정과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현대 사회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인간다움을 보살피는 법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작곡 과정에서 기타를 즐겨 사용한다는 그는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컨트리풍의 기타 반주부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화려한 기타 독주로 곡을 이끌어갔다.
웅장한 건반 연주로 시작하는 ‘레벨 파라다이스'(REBEL PARADISE)에서는 후반부 단출한 드럼 연주와 대비되는 기타 독주가 돋보였다. ‘스위트 서렌더'(SWEET SURRENDER)에서는 점점 음을 높이 쌓아 올리는 연주 테크닉을 뽐내기도 했다.
커먼 세인츠는 “가장 쉽게 집어 들고 연주할 수 있고 몸에 가까이 두고 연주할 수 있어 기타를 자주 사용한다”며 “금속으로 된 현이 만드는 음과 성대가 내는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록곡 중 큰 의미를 품고 있는 곡으로는 ‘드림스'(DREAMS)를 소개했다. 부드러운 고음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노래하는 가사를 들을 때마다 감정적인 상태가 되어 울컥하는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당신 심장의 소리를 들으라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라며 “어둠의 시간을 지나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내용을 담은 곡이라 저에게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커먼 세인츠는 뷔와의 인연도 언급했다. 2018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곡 의뢰를 받았을 당시 예상치 못한 일에 의아함을 느꼈다는 그는 뷔와의 작업을 운명처럼 일어난 일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BTS 측에서 가사의 느낌과 함께 원하는 노래를 한 편의 시처럼 적어서 보내줬다”며 “당시 저는 알앤비(R&B) 감성이 충만한 상태여서 자연스레 곡이 나왔다”고 말했다.
뷔와 작업한 이후 팬데믹이 찾아와 뒤늦게 처음으로 방한할 수 있었다는 그는 새로운 음악으로 다시 한국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1∼2년 안에 계획 중인 투어에 한국 공연을 포함할 계획이라고 한다.
“프로듀서로 살아오다가 전면에 나서서 곡을 연주하고 함께 소통하는 작업이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앞으로도 여러 가지 계획들을 가지고 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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