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웹툰 ‘신혈의구세주’, 한국 웹툰에 일본만의 장점 더했죠”

조회수 1.4억뷰 기록한 라인망가 인기작…제작사 넘버나인 대표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일본 웹툰 제작자들은 ‘만가'(가로로 읽는 일본식 만화)의 성공 요소를 그대로 적용하려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함박스테이크를 먹고 싶다는 사람에게 초밥이나 라멘(일본식 라면)을 내놓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우리는 한국 웹툰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일본의 좋은 요소를 더하는 데 집중했죠.”

고바야시 다쿠마(小林琢磨·40) 일본 웹툰 제작사 넘버나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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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웹툰 제작사 넘버나인을 이끄는 고바야시 다쿠마(小林琢磨·40) 대표는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스튜디오 넘버나인은 일본 만화업계에서는 드물게 수년째 웹툰에만 집중해 온 회사다.

2016년 11월에는 만화 플랫폼 회사로 시작했고 이후 직접 웹툰 제작에도 나섰다.

고바야시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일본에선 웹툰보다 만가가 훨씬 인기 있었지만, 우리는 일본에서 웹툰으로 1등이 되고 싶었다”며 “이를 위해서 한국 인기 웹툰을 많이 읽고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웹툰과 만가는 같은 면 요리라도 라멘과 파스타만큼 다르다”며 “작가들에게 100편 이상의 웹툰을 읽으라고 했고, 만화가 아니라 웹툰을 만든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웹툰을 연구한 작가 8∼10명이 달라붙어 스토리부터 작화까지 모두 직접 만든 웹툰이 ‘신혈의 구세주’다.

이 작품은 라인망가에서 연재돼 올해 1월 월간 거래액 1억2천만엔(약 11억원)을 기록했다. 일본에서 제작한 웹툰이 거래액 1억엔을 넘긴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또 글로벌 누적 조회 수 1억4천만 뷰를 기록해 단행본으로도 제작됐고, 지난 5월에는 도쿄 시부야 대형서점인 쓰타야에서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라인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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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혈의 구세주’를 읽어보면 한국식 웹툰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평범한 세상에 갑자기 게이트가 열리고 괴수와 이를 잡는 플레이어가 등장하며, 약한 주인공이 갑자기 세계 최강자로 거듭나게 된다는 이야기는 ‘나 혼자만 레벨업’을 비롯해 여러 웹툰에서 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혈의 구세주’는 여기에 일본만의 특장점을 넣어 차별화를 꾀했다.

예컨대 웹툰이 함박스테이크라면, 일본식 소고기인 ‘와규’를 주재료로 넣어 일본만의 풍미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고바야시 대표는 “와규는 일본 대형 출판사에서 연재한 경험이 있는 최상급 창작자들을 뜻한다”며 “이들이 만들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일본만의 독자적인 느낌이 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웹툰은 주인공이 활약하는 내용이 많지만, 일본 만가에서는 조연 캐릭터들이 얼마나 매력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캐릭터 하나하나 모두 드라마가 있고, 주인공이 아예 나오지 않는 에피소드도 있다는 점에서 일본답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출판만화의 힘이 센 일본에서 어떻게 최상급 창작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을까.

그는 “일본에서는 최초로 제작비와 인세, 고료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어시스턴트(조수) 이름도 작품 크레딧에 올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최종 목표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궁극적으로는 웹툰이 아니라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지식재산(IP)을 만들고 싶어요. ‘드래곤볼’, ‘귀멸의 칼날’처럼 만화에 이어 게임, 애니메이션, 굿즈(상품)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끄는 IP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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