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충만했던 도시의 화양연화…’사라진 홍콩’

2023-10-20 15:26

류영하 백석대 교수가 쓴 홍콩 연구서
영화 ‘화양영화’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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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홍콩은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로, 경제와 대중문화를 선도했다.

‘천녀유혼’과 ‘영웅본색’으로 대표되는 홍콩 영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을 석권했다.

금사향 노래 ‘홍콩 아가씨’의 첫 구절 “별들이 소근대는 홍콩의 밤거리”에는 첨단 도시 홍콩에 대한 부러움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러나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홍콩의 영화’는 저물어갔다. 수많은 인재가 떠났다. 남겨진 사람들은 고군분투하며 홍콩 문화를 지켰다. 하지만 2020년 ‘홍콩 보안법’이 제정되자 그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홍콩 문화의 근간, 자유는 사라졌다.

엑소더스가 이어졌다. 2022년 노동인구는 2018년에 견줘 20만명이 줄었다.

2019년 9월부터 2022년 9월 3년간 6만8천여명의 초중등 학생이 홍콩을 떠났다. 연간 평균 2만2천600여명이 홍콩을 탈출한 셈이다. 이는 보안법이 제정되기 전 2018년 9월~2019년 9월에 견줘 3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책 표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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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를 비롯한 할리우드 B급 영화감독들은 이제 더 이상 홍콩 영화를 참고하지 않는다. 홍콩에 남아있던 마지막 장인 조니 토(杜琪峰·두기봉) 감독도 이제 중국에서 주로 활동한다

왜 홍콩은 이렇게 몰락했을까.

류영하 백석대 중국어학 전공 교수가 그 해답을 찾고자 1840년 아편전쟁부터 현재까지 홍콩 정체성의 변화를 추적했다.

저자에 따르면 홍콩의 몰락은 자유의 부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는 홍콩인이 바라는 행복은 리처드 니스벳이 ‘생각의 지도’에서 묘사한 그리스인이 추구하는 행복과 닮았다고 서술한다.

저자는 니스벳이 “그리스인이 생각하는 행복은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묘사했다며 “홍콩인의 행복을 정의하기에 더 이상 적절할 수 없는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홍콩인은 정말 ‘아무런’ 제약받지 않고 자기 능력대로 살았다. 자유, 그러니까 무한 자유는 홍콩 정체성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장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지금도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일까? 대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산지니. 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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