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최근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등 대형 플랫폼 메인 화면에 주황색 딱지를 단 성인 웹툰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누구나 이용하는 대형 플랫폼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성인 웹툰이 음지에서 주로 유통되는 포르노그래피(이하 포르노)만큼이나 성(性) 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 사회과학연구 최신 호에 실린 ‘성인 웹툰이 20∼30대 이용자의 성 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성인 웹툰 이용 정도가 높을수록 성 도구성 태도, 성 허용성 태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 도구성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간주하는 태도, 성 허용성은 성매매와 혼외정사, 원나잇, 파트너 등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를 뜻한다.
이는 모두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성 태도에 해당한다.
반면 바람직한 성 태도에 해당하는 성 교류성 태도 형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 교류성은 성을 정신적 결합, 애정 교류로 보는 것이다.
이는 국내 20·30대 3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뒤 성인 웹툰 이용 정도를 독립변인으로 하고 나머지를 종속변인으로 삼은 단순 회귀분석의 결과다.
포르노도 이와 같은 성 태도를 증가한다는 선행연구를 고려하면 성인 웹툰도 포르노와 유사한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논문에서는 “성인 웹툰이 움직이는 형태의 영상물이 아닌 정지된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지만, 포르노와 유사하게 이용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성 태도를 증가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논문이 게재된 사회과학연구는 1967년부터 강원대 사회과학연구원이 펴내 온 학술지로, 한국연구재단(KCI) 등재 학술지다.
성인웹툰의 가장 큰 문제는 음지에서 알음알음 퍼지는 포르노와는 달리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형 포털사이트, 웹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현재 카카오페이지에서 성인 웹툰을 뜻하는 ’19세 완전판’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검색된 웹툰은 177개, 네이버웹툰의 경우 79개였다.
성인 웹툰처럼 연령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지 않는 15세 이상, 12세 이상 이용가 웹툰 역시 어린 독자가 보기에는 부적절한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과거에는 웹툰에 전체관람가와 19세 이용 이용가 등급만 존재했지만, 웹툰 산업이 커지고 영향력도 증대되면서 2019년 연령 구분이 전체 연령가, 12세 이상 이용가, 15세 이상 이용가, 18세 이용가로 세분됐다.
이 같은 연령 구분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도 도입 중이다.
네이버웹툰의 북미 서비스 웹툰은 수개월 내로 모든 오리지널 웹툰에 연령 표시를 달기로 했다.
등급은 ‘모든 연령'(All-Ages), 13세 이상을 뜻하는 ‘십대'(Teen), 16세 이상인 ‘영 어덜트’, 18세 이상에 해당하는 ‘성인'(Mature) 등 4가지다.
성인웹툰으로 분류됐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의 선정성·폭력성의 수위가 위험한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웹툰자율규제위원회는 지난달 4차 민원 결과를 공개하면서 “성인용 콘텐츠라는 범위가 범죄, 인간성 말살하는 주제의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인물로 서비스하면 그 어떠한 내용도 다 허용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보이나 성인물 플랫폼 대상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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