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서른 넘어 달라진 마음가짐…사소한 것부터 바꾸기로”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거래’ 속 친구 납치범 역…”새로운 도전”
7살에 아역 배우로 데뷔…”군 전역 후에야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라 느껴”

 

배우 유승호

[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이런 자리가 너무 오랜만이라서 너무 떨리네요…. 이른 아침부터 감사합니다. 성실히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데뷔 23년 차 배우 유승호(30)는 취재진과의 인터뷰 자리가 아직 어색한 듯 두 손으로 쥔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연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한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중에는 긴장했다는 말이 무색하게 가벼운 농담도 던지고, 웃음도 자주 터트렸지만, 질문을 듣는 표정만큼은 한결같았다. 미소를 짓고 있다가도 취재진이 다음 질문을 시작하면 최대한 집중하려는 듯 고개를 숙이고 미간을 모았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거래’ 7·8회 공개를 앞두고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승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제 나름대로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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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작품 제안을 받고 놀랐다”며 “배우로서 제가 가진 이미지를 잘 알고 있었고, 이미지 변신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도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동안은 주로 진중하고, 정직한 캐릭터를 많이 맡았던 것 같아요. 주로 멜로를 많이 했었죠. 준성이는 아예 180도 다른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거래’에서 유승호는 우발적으로 친구를 납치하게 된 이준성을 연기했다. 군에서 전역한 삭발 머리의 청년 이준성은 인터넷 도박에 빠져 사채를 끌어 썼다가 빚이 4억 원으로 불어나 버렸다.

도망치듯 입대한 군대에서 전역 후에는 다르게 살겠다 다짐했지만, 현실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 대신 빚을 갚기 위해 사채업자들에게 장기를 떼인 아버지는 건강이 악화했고, 사채업자들은 집요하게 그를 쫓는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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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돈 때문에 곤경에 처해있는 절친한 친구 송재효(김동휘 분)의 작전에 휘말려 우발적으로 친구 박민우(유수빈)을 납치하게 되지만, 준성은 어떻게든 아무도 다치지 않는 방향으로 상황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한다.

유승호는 “준성은 최소한의 선을 지키려고 한다는 점에서 재효와 대비된다”며 “”준성에게 ‘너로서는 참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떻게든 상황을 잘 해결하려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불법 도박에 빠지고, 친구를 납치하는 선택 등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지만, 절박한 준성의 심정만큼은 공감됐다고 한다.

유승호는 “준성이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자각”이라며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안타까워해 봤기에 저 역시도 그런 준성이의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 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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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해 영화 ‘집으로…'(2002)로 얼굴을 알린 유승호는 이후에도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어엿한 성인 배우로 성장했다.

이제 30대에 접어든 유승호는 “나이 앞자리가 바뀌면서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원래 사람을 만날 때 긴장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고 실제로도 자주 혼자 지냈다”며 “하지만 편하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어느 날 문득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 해본 것들을 하다 보면 새로운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사소한 곳에서부터 변화를 주기 시작했어요. 혼자 먹는 대신 사람들과 밥 같이 먹기, 생활 패턴을 바꿔서 새벽에 일어나기 등이요. 다른 분들에게는 정말 쉬운 일이겠지만. 제게는 엄청나게 큰 도전이거든요.”

배우 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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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때 배우 생활을 시작한 유승호는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던 적도 있었지만, 군 전역 후 일에 대한 의지를 다시 다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군대에서 고참들과 함께 TV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한때는 저 자리에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이상했다”며 “딱 전역 후를 기점으로 배우라는 직업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 것 같다”고 떠올렸다.

어린 나이에 성공해 큰 논란 없이 탄탄대로를 밟아온 듯한 유승호에게 인생에서의 고비가 언제였냐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났을 때가 고비인 것 같아요. ‘오늘도 잘해보고 싶은데….’라는 마음이 들어요. 하루를 조금 더 멋있게, 재밌게 보내보고 싶거든요.”

배우 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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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