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성별·지역 차별 난무하는 결혼 예능…방심위 지적

“일반인 출연에 방송언어 인식 낮아…잘못된 신조어도 남발”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결혼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넘쳐나면서 나이와 성별, 지역에 따른 차별적 표현도 날로 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방심위 방송언어특위는 최근 KBS조이 ‘중매술사’, tvN ‘2억 9천: 결혼 전쟁’, MBN ‘돌싱글즈4’ 등 결혼 예능을 대상으로 방송언어 사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내놨다.

‘중매술사’는 여러 중매인이 의뢰인이 원하는 조건의 사람을 데리고 와서 소개하는 프로그램, ‘2억 9천: 결혼 전쟁’은 결혼을 생각하는 커플들이 상금 2억 9천만원을 받기 위해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프로그램, ‘돌싱글즈4’는 사별 또는 이혼으로 혼자가 된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데이트하고, 커플이 될 경우 동거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특위는 지난 8월 17일부터 20일까지 세 예능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방송 품위를 저해하는 표현 41건, 어문 규정에 어긋나는 표현 119건, 신조어 등 소통을 저해할 수 있는 표현 125건 등 총 285건의 지적사항을 발견했다.

특히 편견이나 차별적 표현이 눈에 띄었다.

‘연하 같지 않은 어른스러움’, ‘지방에서 올라오신 게 마이너스 요인’, ‘사회 경험이 적어 배우자를 존중해 줄 수 있는 나이대’ 같은 표현들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특위는 “나이가 적은 남성은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전제를 지닌 자막 활용, 지방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배우자를 찾을 때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요인이 된다는 설명, 사회 경험이 적은 것을 배우자를 존중하는 마음가짐과 연결 짓는 설명 등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절 제29조는 ‘방송은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인종 간, 종교 간 차별·편견·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30조 3항은 ‘방송은 특정 성을 다른 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다루거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특정 성의 외모, 성격, 역할 등을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밖에 ‘아다리'(적중을 뜻하는 일본어의 잘못된 표현),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의 줄임말), ‘입틀막'(입을 틀어막는다), ‘동공 지진'(당황해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을 지진에 비유함), ‘프로 팩폭러'(사실을 잘 지적하는 사람) 등 잘못된 외국어나 신조어 등을 남발하는 경우도 많이 지적됐다.

특위는 ‘중매술사’의 경우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예의에 어긋나는 표현이 많았고, ‘2억 9천: 결혼 전쟁’은 불필요한 외국어가, ‘돌싱글즈4’는 부정확한 표현이 많았다고 밝혔다.

특위는 “일반인 출연자가 많은 프로그램의 특성상, 출연진들이 방송언어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제작진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