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연합뉴스) 김솔 기자 = 경기도 내 한 장례식장이 유족들에게 CCTV가 녹화되고 있는 영결식장에서 옷을 갈아입도록 한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혐의없음’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오산경찰서는 지난달 말 A 장례식장 관계자들에 대해 증거 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31일 오전 이 장례식장에서 아버지 발인을 마친 B(42) 씨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영결식장에서 상복을 탈의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발인 전에는 유족 대기실에서 갈아입을 수 있었지만, 장례 절차를 마친 뒤라 마땅히 옷을 갈아입을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B씨 등 세 자매가 먼저 환복한 뒤 남성 가족들이 영결식장에 들어갔는데, 이때 천장 구석에 설치된 CCTV를 발견하고 장례식장 측에 항의했다.
이에 장례식장 관계자는 “CCTV가 설치돼있던 건 알고 있었다”면서도 “관례로 환복하던 곳”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B씨 측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CCTV 녹화본을 확인한 결과 실제 이들이 속옷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결국 B씨 가족은 경찰에 A 장례식장을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사안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말 이 장례식장을 이용한 또 다른 이용객 C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문제의 CCTV에 녹화된 최근 2년 치 영상을 복원해 분석한 결과, 이따금 남성 몇 명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담겨있었고 확인된 여성 이용객은 B씨 측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일이 오래된 녹화본은 영상이 아닌 중간중간 끊겨 있는 이미지 파일 형식으로 확인됐는데, 지난해 이용객인 C씨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수사 끝에 촬영이 성적 목적 등에 따라 고의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장례식장 관계자들이 CCTV 녹화 내역을 조회해 이용객의 환복 장면을 보거나, 유포한 정황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CCTV가 숨겨져 있지 않고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설치돼 있었다는 점도 촬영의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다만, 경찰은 A 장례식장이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보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관련 자료를 넘겨 과태료 부과 등 조치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B씨는 동의 없는 촬영으로 심적 고통을 입은 만큼 장례식장 측이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B씨는 “버젓이 CCTV가 설치된 곳에서 옷을 갈아입도록 안내한 처사를 이해할 수 없고, 의도된 촬영이 아니었다는 판단도 납득되지 않는다”며 “조만간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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