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에서 문이 잠기지 않은 채 주차된 차량을 노린 청소년 절도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남의 차량에서 금품을 훔친 혐의(절도)로 A(15)군을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A군은 지난달 말부터 지난 11일까지 11차례에 걸쳐 제주시 내 아파트 주차장 등에서 사이드미러가 펼쳐진 채 주차된 차량 문을 열어 본 뒤 문이 열리는 차량에 침입해 600여 만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 등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과거에도 같은 범행을 저지른 바 있으며 지난 8월 소년원에서 출소해 보호관찰을 받는 중 또다시 차량 털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A군은 전과 14범으로 파악됐다.
최근 출시된 차량 대부분이 문을 잠그면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접히는 ‘록 폴딩'(Lock Folding)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사이드미러가 펴진 채로 주차된 차량은 문이 잠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청소년 범죄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게다가 사이드미러가 펴진 채 주차된 차량은 내부에 스마트키를 뒀을 수도 있어 차량 자체를 도난당할 위험도 커진다.
실제 중학교 2학년생 B군 등 2명은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30일 오후 2시께 제주시 노형동 한 주택가에 주차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훔쳐 8시간이나 몰고 다녔다.
이들은 순찰차가 추격해오자 시속 100㎞로 달아나다 철제 펜스를 들이받고 붙잡혔다.
B군 등은 사이드미러가 펼쳐져 있어 문이 잠기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차량을 골라 내부에 있던 스마트키를 이용해 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조사받고 부모에게 인계된 뒤 다시 몰래 집에서 나와 이튿날 같은 방식으로 차량 털이를 시도하다 또다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물론, 사이드미러와 관계없이 차량 문을 잠그지 않으면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또 다른 중학생 C군 등 9명은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18차례에 걸쳐 제주시 내 아파트와 빌라 주차장 등에 주차된 차량 문을 무작위로 열어보며 금품을 훔쳤다.
이 기간 이들은 694만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을 훔쳤다.
대부분 가출 청소년인 이들 중 4명은 상습성이 인정돼 구속됐다.
경찰은 최근 기승하는 차량털이 범행은 차량이 다수 주차된 장소을 돌며 문만 열어보면 되는 등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10대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차량털이범들은 승용차 운전석 열쇠 구멍에 가위나 드라이버 등을 넣고 돌려 강제로 문을 따는 경우가 많았다. 그 전에는 유리창 틈으로 도구를 넣어 문을 열거나 창문을 부수는 수법이 이용됐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28일 “무엇보다도 피해 예방을 위해 차량 주차 시 반드시 문을 잠그고, 차량 내 귀중품 등을 보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차량털이 발생 건수는 2018년 140건, 2019년 108건, 2020년 156건, 2021년 108건, 2022년 88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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