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혁의 다크히어로물 ‘비질란테’…액션의 타격감·쾌감 농축

자극적 소재·만화적 연출 호불호 요소…유지태, ‘괴물 형사’ 변신

드라마 ‘비질란테’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법이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는 죗값을 누군가가 폭력으로 받아내고 있죠. 대중은 이런 다크 히어로를 원해요.”(드라마 ‘비질란테’ 등장인물 최미려)

공개를 앞둔 드라마 ‘비질란테’는 저지른 잘못에 비해 너무나 가벼운 처벌을 받은 이들을 폭력으로 응징하는 김지용(남주혁 분)이 주인공인 다크 히어로물이다.

드라마의 첫 장면은 어린 시절의 김지용이 그의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괴한의 재판을 지켜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괴한은 나약한 어머니를 때리고도 살해할 목적이 없었고 반성한다는 등의 이유로 고작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는다.

12년 뒤 20대 청년이 된 김지용은 어머니를 죽였던 남성의 뒤를 밟는데, 전과가 총 18건에 달하는 이 남성은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고 다닌다. 지용은 남성에게 망설임 없이 주먹을 휘둘러 처참하게 응징한다.

드라마 ‘비질란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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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받는 경찰대학 재학생인 김지용은 이후로도 후드를 깊게 눌러쓴 채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풀려난 이들을 응징하는데, 언론이 그의 행적에 주목하면서 사건은 복잡해진다.

방송기자 최미려(김소진)는 김지용이 범죄자를 응징한 여러 사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다루면서 지용에게 자경단을 뜻하는 ‘비질란테’라는 별명을 붙인다.

비질란테의 행적이 화제가 되고 그가 실제 존재하는 인물인지 대중이 주목하자 최미려는 비질란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흉악범들의 신원을 공개한다.

최미려가 신상을 공개한 아동 성폭행범 정덕흥은 자신의 집 앞에 군중이 몰려와 비난을 쏟아내자 외국으로 밀항할 것처럼 꾸며 수사에 혼선을 주고 성폭행 사건 피해자를 찾아가 “이게 다 너 때문”이라며 흉기를 휘두르려 한다.

위기의 순간, 김지용이 나타나 정덕흥을 살해한 뒤 유유히 사라진다. 벽에는 정덕흥의 피로 쓴 미안하다는 글과 함께 ‘천망'(악한 사람을 잡기 위해 하늘에 쳐 놓았다는 그물)이란 두 글자가 남았다.

비질란테가 저지른 살인에 대중은 열광하고 경찰은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범인을 찾기 위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괴물’로 불리는 광역수사대 팀장 조헌(유지태)이 수사를 지휘한다.

설상가상으로 비질란테의 행동을 모방하는 범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비질란테의 사적 응징이 옳은 일인지 논란이 뜨거워진다.

드라마 ‘비질란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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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오는 8일 공개를 앞둔 범죄 액션 드라마 ‘비질란테’의 초반부가 3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8부작인 이 드라마는 8일부터 매주 두 회씩 4주에 걸쳐 공개될 예정이며 1∼3회가 시사회에서 베일을 벗었다.

‘비질란테’는 악역이 무고한 사람을 때리고 괴롭히는 장면 뒤에 그 악역을 주인공이 폭력으로 응징하는 장면을 배치해 시청자에게 쾌감을 주는 히어로물의 전형적인 전개 방식을 따른다.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선형적으로 펼쳐지고 각 인물이 쫓는 방향이 뚜렷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점, 사건의 밀도를 높여 이야기가 빠르게 펼쳐지는 점 등 대중적으로 환영받을 만한 요소를 갖췄다.

복싱과 유도 위주의 타격감 높은 액션 장면이 분량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해 시청자는 장르적인 쾌감을 밀도 높게 즐길 수 있다. 특히 타격 순간의 충격과 효과음이 극도로 강조돼 있어 액션에 갈증이 있는 시청자라면 시원한 기분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를 위해 체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알려진 유지태는 큰 몸집에 걸맞은 무게감 있는 액션을 선보인다. 유지태는 얼굴 곳곳에 흉터가 가득한 모습으로 등장해 따귀 한 대로 사람을 때려눕히고 준중형 세단 후면부를 번쩍 들어 올리는 장면을 연기했다.

드라마 ‘비질란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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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러 장점에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만화를 연상케 하는 다소 무리한 설정이나 연출은 시청자의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는 요소다.

방송기자 최미려가 새빨간 색으로 염색을 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점, 김지용이 폐쇄회로(CC)TV를 너무나 쉽게 무력화시키는 장면, 악역들의 필요 이상으로 과장된 행동을 보이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여러 종류의 범죄가 잇달아 등장하고 흉기가 예사로 나오는 데다 주인공이 별 고민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등 소재가 자극적인 점도 일부 시청자에겐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다.

동명의 원작 웹툰을 충실하게 옮기면서도 주인공 김지용의 행동이나 성격을 원작보다 평면적으로 묘사한 점은 작품 후반부에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김지용은 원작에선 범죄자를 응징하며 ‘기분 최고다’라고 독백하고 섬뜩한 웃음을 짓는 등 악인으로서의 면모를 초반부터 드러내는데, 드라마에선 이런 모습이 생략됐다.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