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선전 등 극중 ‘센트럴 퍼크’ 재현 카페에 추모 인파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54세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미국 인기 시트콤 ‘프렌즈'(Friends)의 매슈 페리에 대한 추모 열기가 중국에서도 뜨겁다고 AP 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밤 중국 선전의 카페 ‘스멜리 캣'(Smelly Cat)과 상하이의 카페 ‘센트럴 퍼크'(Central Perk)에서는 페리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프렌즈’의 주인공 중 피비가 부른 노래 ‘냄새 나는 고양이’의 제목을 딴 카페 ‘스멜리 캣’은 사람들과 추모 꽃으로 꽉 채워졌고 한쪽 코너의 TV에서는 ‘프렌즈’가 상영됐다.
이 카페 매니저는 AP에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모였다”며 “사람들은 (극중 페리가 맡은 역인) 챈들러와 ‘프렌즈’에 대한 추억을 공유했고 많은 이가 울음을 터트렸다”고 말했다.
이 카페의 유리벽에는 ‘센트럴 퍼크’ 사인이 내걸렸고, 다른 벽면에는 페리의 사진들을 담은 대형 포스터가 붙여졌다.
‘프렌즈’에서 주인공들이 자주 모이는 단골 커피숍 ‘센트럴 퍼크’의 이름을 딴 상하이의 작은 ‘센트럴 퍼크’ 카페에도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추모객이 몰렸다. 입장하지 못한 많은 이들은 카페 바깥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며 사진을 찍었다.
극중 센트럴 퍼크에서 주인공들이 점령했던 주황색 소파가 놓인 이 카페에서 사람들은 페리에 대한 기사를 읽었고, 일부는 슬픔에 목이 메었다.
AP는 “이들 행사는 중국 전역에서 열린 페리를 위한 여러 추모 행사 중 일부였다”고 전했다.
푸쉐잉(20) 씨는 AP에 “‘프렌즈’ 시리즈를 반복해서 시청해도 볼 때마다 점점 더 좋아졌다”며 “선전, 상하이, 광저우에 있는 ‘센트럴 퍼크’ 카페를 모두 방문해 ‘프렌즈’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껴봤다”고 말했다.
페리는 지난달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의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가 ‘프렌즈’에서 연기한 챈들러 빙은 썰렁한 농담을 일삼는 착하고 소심한 캐릭터로 중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NBC에서 방송되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프렌즈’는 중국에서도 1990년대 영어 학습 콘텐츠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며 꾸준히 사랑받았다.
처음에는 불법 해적판을 통해 음성적으로 유통되던 ‘프렌즈’는 소후비디오가 2012년 판권을 구매해 2018년까지 서비스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2021년에는 ‘프렌즈’ 특별편 ‘프렌즈: 더 리유니언’이 중국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지 이틀 만에 ‘프렌즈 리유니언’이라는 키워드가 웨이보에서 2억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한 바 있다.
노트르담대 셴 왕 교수는 AP에 “‘프렌즈’는 중국이 소비주의와 개인주의, 도시화라는 급격한 역사적 변화를 경험하던 시기와 맞물려 중국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중국 젊은이는 대도시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개발하면서 스스로를 챈들러, 그의 친구들과 동일시 했다”며 “그래서 지금 마치 자신의 친구를 잃은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짚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영화사이트 ‘더우반’에서 ‘프렌즈’의 200여개 에피소드의 대부분이 10점 만점에 9.5점의 높은 평점을 받았다.
SCMP는 “페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그와 관련한 해시태그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순식간에 3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그를 추모하는 글이 소셜미디어에 넘쳐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중국 누리꾼은 ‘프렌즈’에서 챈들러가 ‘뭘 알겠어? 난 내가 가장 먼저 죽을 것 같아’라고 한 대사를 언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팬들에게 ‘프렌즈’는 자신의 청춘을 상징하며 페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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