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 정범식 감독 “폭력, 죽음이 가까이 있는 현실 그렸죠”

개봉 이틀 앞두고 인터뷰…”일상이 순식간에 공포로 뒤바뀌는 세상”

스크린 데뷔 정동원에 “연기 이해하고 나서는 막 날아다녀” 칭찬

‘뉴 노멀’의 정범식 감독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미국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서스펜스의 거장인데요, 그의 책을 보면 ‘서스펜스란 폭력행위나 죽음의 가능성이 시종 가까이 있는 것’이란 표현이 있어요. 그게 지금 우리 사회란 생각이 들었죠.”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범식 감독은 오는 8일 개봉 예정인 ‘뉴 노멀’을 구상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극한의 공포를 빚어내는 능력으로 ‘K-호러 마스터’라는 별명을 얻은 정 감독이 ‘곤지암'(2018)에 이어 5년 만에 내놓은 작품인 ‘뉴 노멀’은 공포가 일상이 돼버린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린 스릴러다.

정 감독은 “길을 가다가 모르는 사람,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대낮에 칼을 휘두르고, 차가 인도로 돌진해 사람들을 치고, (괴한이) 백화점에서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그런 사건들은 안전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일상이 순식간에 죽음의 공포로 뒤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범위를) 세계로 확대해 보면 전쟁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이게 심화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며 “서스펜스로 가득한 세상이 돼버린 게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 시대를 “죽음의 가능성이 도처에 드리워진 세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뉴 노멀’은 정 감독의 전작인 ‘기담'(2007)이나 ‘곤지암’과는 달리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지극히 일상적인 사건을 소재로 한다.

몇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인 이 영화는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예고도 없이 화재경보기 점검원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에피소드마다 일상적인 사건을 공포로 돌변시키는 기발한 반전이 돋보인다.

이 영화의 에피소드는 각각 완결된 이야기지만, 등장인물의 관계를 통해 연결돼 있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우리가 살고 있는 뉴 노멀의 시대가 이런 식으로 연결돼 있고 서로 영향을 준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뉴 노멀’의 한 장면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 노멀’에선 배우 최지우, 이유미, 최민호, 표지훈, 하다인, 정동원 등이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정 감독은 촬영 당시 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는 모른 채 연기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들의 연결 구조를 발견하는 건 관객의 몫으로 남겼다.

이 영화엔 이들이 각자 스마트폰을 보면서 ‘혼밥’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쓸쓸하고 외로운 자화상 같은 걸 관객들과 공유해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멜로 퀸’으로 꼽히는 최지우는 이 영화에서 스릴러의 주인공이 돼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정 감독은 “(처음 캐스팅을 제안했을 때 최지우 배우가) ‘감독남, 왜 저를 생각하신 거죠?’라고 물었다”라며 웃었다.

정 감독은 “배우가 뻔하지 않고 연기도 안정적이며 대중적인 호감도도 갖출 것, 그리고 배우들의 조합을 관객들이 뻔하게 느끼지 않도록 신선하게 꾸려내는 것이 캐스팅의 제1원칙이었다”고 말했다.

트로트 가수로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정동원에게 ‘뉴 노멀’은 스크린 데뷔작이다.

정 감독은 “(정동원이 맡은 배역은) 중학생이 가진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감,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의 우유부단함과 두려움, 그런 것들이 표현될 수 있는 ‘진짜 현실의 아이’가 필요했다”며 정동원이 최적임자였다고 털어놨다.

연기 경험이 없는 정동원은 정 감독으로부터 직접 연기 지도를 받았다고 한다. 정 감독은 정동원에 대해 “(연기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나서는 자신 있게 하면서 막 날아다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 감독은 공포를 빚어내는 비결이 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배우와 각본의 힘만 가지고 가는 영화보다는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설계를 통해 서스펜스를 조율하고 관객과 ‘밀당’하는 방식을 좋아해요. 고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서스펜스 조율 방법을 활용하다 보니 관객들에게 공포가 잘 다가간 게 아닐까 싶네요.”

영화 ‘뉴 노멀’의 한 장면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