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사와 인터뷰…”미야자키 감독, 이 작품 못 했으면 못 죽었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보통 영화를 만들면서 테마를 생각해가는데 이번 작품의 테마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그건 진정한 친구를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즈키 도시오(75) 프로듀서는 국내 배급사 메가박스중앙이 8일 공개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미야자키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함께 지브리를 이끌어가는 인물로 꼽힌다. 이번 인터뷰는 최근 국내 수입사가 보낸 질문에 지브리 측에서 서면으로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일본의 언론인 요시노 겐자부로의 책에서 딴 이번 작품의 제목에 관해서는 “미야자키 감독은 매번 제목을 정해 놓고 작업한다”며 “제목이 내용을 결정한다고 해도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주인공 마히토는 미야자키 감독의 어린 시절이 투영된 캐릭터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미야자키 감독이 이번 영화 제작 시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건 자신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야자키 감독에겐 굉장히 두근거리는 이야기고, 본인의 진짜 모습을 그려내야 하는 이야기기 때문에 이걸 표현하지 못하면 아마 죽어도 죽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히토가 외가에서 만나는 왜가리는 스즈키 프로듀서 본인, 환상의 세계에 있는 큰할아버지는 다카하타 감독이 투영된 캐릭터라는 게 스즈키 프로듀서의 설명이다.
그는 “마히토와 왜가리가 나란히 앉아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며 “그 장면을 보고 미야자키 감독이 저와 얘기를 나눈 걸 굉장히 세밀한 부분까지 기억하고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어 감동했다”고 털어놨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마히토의 아버지가 처제와 결혼한다는 설정이 한국 관객에겐 낯설다는 지적에 대해선 “과거 일본에선 전쟁이나 병으로 부부 중 한 명이 일찍 죽는 경우 고인의 남매와 재혼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었다”며 “당시 결혼 개념 자체가 남녀가 하나가 된다는 느낌보다는 타인의 집에 시집(혹은 장가)을 간다는 의미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제작 기간이 7년에 달해 지브리 작품으로는 최장 기록을 세웠고, 제작비도 지브리 사상 최대 규모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예산을 확보하고 그것에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제작비와 기간을 정하지 않고 최고의 퀄리티를 목표로 만들었다”며 “미야자키 감독의 성향을 봐서는 10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의 모든 장면을 수작업으로 그린 데 대해서도 “영화에서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관객들이 즐거워할 만한 걸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또 “모든 장면이 제겐 인상적이지만, 왜가리 안에서 사람이 등장하는 신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며 “절대 CG(컴퓨터그래픽)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질문에 대해선 스즈키 프로듀서 대신 지브리 측이 답변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왜가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대해 지브리 측은 “미야자키 감독의 집 옆에 연못이 있는데 그곳에 왜가리가 자주 나타난다”며 “가만히 서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게 신비롭고 뭔가 비밀을 안고 있는 느낌도 있어 영화에 등장시킨 건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마히토가 환상의 세계에서 접하는 새들에 대해선 “앵무새를 예로 들면 식욕이나 생존 욕구에 충실하게 사는 생물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 인간 군상을 비유한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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