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12·12 소용돌이로 끌어들이는 영화”

“스쳐 가는 소품, 의상, 분위기도 실감 나게”

“19살 때 직접 들은 총격 소리…그때부터 12·12는 수수께끼이자 숙제”

‘서울의 봄’ 연출한 김성수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오는 22일 개봉하는 김성수 감독의 신작 ‘서울의 봄’은 1979년 12·12 군사반란의 긴박했던 9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한 지 두 달도 안 돼 발생한 12·12는 권력 공백기에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군내 사조직 하나회가 무력을 동원해 군의 지휘권을 장악한 사건으로, 신군부 집권의 신호탄이었다.

“이야기가 벌어지는 9시간의 소용돌이 속으로 관객들이 들어오도록 했어요.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중간 어디쯤에서 관객이 당시 상황을 바로 옆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죠.”

‘서울의 봄’ 개봉을 앞두고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모델로 한 전두광(황정민 분)과 그에 맞선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델로 한 이태신(정우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수라'(2016)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 감독과 두 배우가 다시 손을 잡았다.

황정민과 정우성 외에도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김의성, 정만식, 유성주, 안내상, 특별 출연한 정해인, 이준혁 등 비중 있는 배우들이 여러 명 등장한다.

김 감독은 “마치 (방송에서) 취재할 때 (카메라가 현장에서) 쫓아다니는 느낌이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해 모든 배우가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했다”고 말했다.

연기력이 입증된 배우들이라 별다른 연출 지시 없이도 상황에 딱 들어맞는 절묘한 동작을 보여줬다고 김 감독은 회고했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반란군과 진압군이 서울 세종로에서 대치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가는 장면이다. 보조출연자를 포함해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을 땐 150명에 달했다고 한다.

누가 봐도 서울 한복판으로 보이지만, 실제 촬영은 전남 광양의 넓은 부두에서 했다.

김 감독은 시각특수효과(VFX)도 활용했다며 “1979년 12월 12일의 세종로를 재현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스쳐 지나가는 소품과 의상, 분위기도 실감이 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전두광 역의 황정민에 대해 “마술사, 마법사 같은 배우”, “꺼지지 않는 불같은 배우”라며 극찬했다.

그는 황정민이 셰익스피어의 사극 ‘리처드 3세’ 공연에서 광기에 찬 주인공 리처드 3세를 연기한 걸 직접 본 기억을 떠올리며 “(전두광 역은) 황정민 말고는 할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 황정민은 특수 분장으로 헤어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 제작진은 다섯 개의 가발을 제작했고, 황정민은 그때그때 다른 걸 착용했기 때문에 영화를 자세히 보면 헤어스타일의 미세한 변화도 느낄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서울의 봄’의 한 장면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이태신 캐릭터에 대해선 “(1979년 당시보다는) 요즘 시대에 맞는 리더, 즉 차분하고 설득력 있으며 큰소리치지 않는 사람”이라며 “그때로 치면 과묵하고 선비처럼 흔들리지 않으면서 자기 자리를 지킨 아버지 같은 인물”이라고 했다.

이어 “정우성이야말로 그런 사람”이라며 “정우성에게 ‘본인의 성품이나 태도를 캐릭터에 반영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12·12 군사반란 당시 김 감독은 열아홉 살이었다. 그는 반란 세력이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총격 소리를 한남동 집에서 들은 걸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라는 질문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때부터 12·12는 그에게 인생의 수수께끼이자 숙제가 됐다.

그런 김 감독이 2019년 가을 제작사로부터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회는 남달랐다고 한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은 순간부터 그 세계에 빠져들었다”며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떨림과 흥분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1년을 고민한 김 감독은 12·12의 영화화로 인생의 숙제를 풀기로 결심하고, 각색을 포함한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2월 촬영에 들어갔다.

김 감독은 이 영화의 연출을 망설인 데 대해 “군사반란을 일으킨 사람들이 영화의 중심에 있다 보니 영화를 찍고 나면 이들이 ‘멋진 악당’처럼 묘사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이 반란군에 맞선 사람들에게 힘을 싣는 것이었다. 12·12 당시에도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중심으로 반란 진압에 나선 군인들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진 못했다.

김 감독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되 반란군에 맞선 군인들의 이야기를 부각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수도경비사령관 캐릭터를 확장하면서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 편의 재밌는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이었다.

“저는 역사가는 아니잖아요. 자료는 충분히 조사한 만큼, 제가 생각하는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죠. 재미를 추구하되 제가 말하려고 하는 주제나 실제 있었던 사건의 뼈대를 벗어나지 않겠다는 두 개의 원칙을 지키려고 했어요.”

‘서울의 봄’ 포스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