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변화 주고팠죠”…연쇄 살인마 태운 택시 기사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한동안 회장님이라고 불렸는데, 이번 캐릭터를 통해서 이미지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지난해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차갑고 카리스마 넘치는 기업 총수 진양철로 또다른 ‘인생 캐릭터’를 만든 배우 이성민이 색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이성민은 16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 제작발표회에서 “촬영하면서 감독님께 끊임없이 ‘택시 기사 같아 보이느냐’, ‘회장님 같지는 않느냐’고 질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집 막내아들’ 이후에 이 드라마를 촬영했는데,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이전 캐릭터(진양철)와는 다르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운수 오진 날’에서 이성민은 구김 없고 순진한 택시 기사 오택을 연기한다. 늘 싱글벙글 웃고 있고,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성격이 화면 너머까지 밝은 에너지를 전한다.
가족과 떨어진 채 혼자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오택은 억울하게 교도소에 수감되는 악몽을 꾼다. 소리 지르며 깨어난 그는 교도소 방에 돼지 여러 마리가 우르르 들어왔던 점을 기억해내고, 꿈을 길몽이라고 해석한다.
그길로 로또를 사러 달려 나간 오택은 ‘이번에는 느낌이 좋다’며 기대감에 부푼다.
‘길몽’ 덕분인지, 그날은 택시 손님이 끊이지를 않는다. 급기야 마지막에 만난 한 손님은 묵포까지 데려다주면 1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덥석 제안을 받아들인 오택은 그렇게 장거리 운행을 시작한다. 그러나 뒤에 태운 손님은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은 과거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고, 오택은 자신이 연쇄 살인마를 태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성민은 “오택은 좁은 택시 안에서 다양한 심리 변화를 겪게 된다”며 “시간 순서대로 촬영된 게 아니다 보니 감정의 변화를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찍었다”고 말했다.
묵포행을 제안한 손님 금혁수는 유연석이 연기한다. 섬세한 멜로 연기로 쌓아 올린 밝고 다정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소름 끼치는 사이코패스로 변신했다.
사고로 머리를 다친 후 두려움도,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금혁수는 이를 특별한 ‘초능력’이라고 여긴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살인을 일삼다가 밀항하기 위해 묵포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유연석은 “이렇게 악랄한 캐릭터는 처음이라 다가가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며 “혁수를 연기하면 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택시라는 좁고 밀폐된 공간 안에서 서서히 발톱을 드러내는 금혁수의 모습을 담아내며 긴장감을 높인다. 극초반에는 택시 안에서의 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성민과 유연석은 강렬한 표정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든다.
금혁수가 아들을 죽인 살인마라고 확신하는 황순규(이정은 분)도 극에 힘을 싣는다.
금혁수의 정체를 깨닫게 된 오택, 그리고 금혁수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황순규의 처절한 사투가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모은다.
오는 24일 티빙에서 공개.
co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