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제작사 오콘 우지희 대표 인터뷰…”대학생들 뽀로로 노래 ‘떼창’에 감동”
(성남=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처음엔 몇 년 지나면 사업이 궤도에 오를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뽀로로가 사랑받는 과정을 보니 캐릭터 애니메이션 사업은 시간이 지나야 더 가치를 발휘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20주년을 맞은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를 공동 제작한 오콘의 우지희 대표이사를 지난 15일 경기 성남 분당구에 있는 이 회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우 대표는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벌써 20년이라니, 세월이 정말 빠르다”며 이같이 돌아봤다.
뽀로로는 2003년 11월 27일 EBS에 첫선을 보인 이후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거의 매년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개봉하고 있다. 오콘이 제작한 신작 ‘슈퍼스타 대모험’은 다음 달 13일 개봉을 앞뒀다.
이처럼 많은 사랑을 받은 뽀로로의 캐릭터 디자인을 진두지휘한 인물이 바로 우 대표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뽀로로를 그린 사람’으로 알려지는 것이 난처하다면서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우 대표는 “뽀로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적어도 20명 넘는 디자이너가 참여했다”며 “여러 디자이너가 뽀로로의 모습을 수없이 고치고 또 고쳐가면서 그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저는 여러 디자인 중에 더 발전시킬 만한 그림을 추려내고 수정 방향을 지시하는 디렉션을 내렸다”며 “저 한 사람이 뽀로로를 만든 건 아니다”라고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뽀로로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 조종사가 착용한 헬멧과 고글을 쓰고 다니는 펭귄이란 설정이다. 종전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독창적인 모습으로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우 대표는 “캐릭터의 특징을 한눈에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펭귄은 새인데도 날지 못하니까 뽀로로는 ‘날고 싶은 펭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좋아하는 직업의 옷을 따라서 입는 아이들처럼 뽀로로가 헬멧과 고글을 쓰고 다니게 했다”며 “뽀로로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도 ‘안경 쓴 펭귄’이라는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뽀로로가 얼마나 오랜 시간 사랑받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영상이 올해 4월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900만 조회수를 넘긴 이른바 ‘대학 축제 뽀로로 떼창’ 동영상이다.
충남대 축제 현장을 담은 이 영상에서 무대에 오른 한 남학생은 ‘뽀롱뽀롱 뽀로로’를 부르겠다며 배경음을 틀어달라고 말한다. 곧이어 객석의 대학생들이 입을 모아 ‘노는 게 제일 좋아’로 시작하는 노래를 부른다. 뽀로로 애니메이션을 보던 어린이들이 자라서 대학생이 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이 영상을 봤는지 묻자 우 대표는 “너무 기분 좋았다”며 웃음 지었다.
“언젠가 뽀로로를 좋아하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했죠. 그게 어떤 모습일지 몰랐는데, ‘떼창’하는 모습을 접하고 많이 감동했어요. 고마웠고요.”
지난 20년간 한국 대표 애니메이션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아동 인구 감소로 주요 시청층이 급감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우 대표는 “극장에 가면 아이들이 과거보다 줄어든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며 “10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3분의 1로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뽀로로의 인기가 식었다는 뜻은 아니다. 뽀로로를 좋아하던 아이들이 대학생으로 성장했듯이 뽀로로 애니메이션은 ‘아동용’이 아닌 ‘가족용’으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우 대표는 “어린이뿐 아니라 할머니까지 같이 볼 수 있도록 해야 시청층을 넓히고 더 발전할 수 있다”며 “앞으로 선보일 뽀로로 극장판은 더 많은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를 위해선 이야기도 깊어져야 하고 표현 방법도 많이 연구해야 한다”며 “예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커진 예산을 감당하려면 해외 판로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계획은 앞으로 제작할 극장판 뽀로로 애니메이션의 기획에 반영되고 있다고 한다.
오콘은 인체의 움직임을 그래픽으로 가공하는 ‘모션 캡처’ 애니메이션을 국내 최초로 제작한 회사이기도 하다.
지금은 ‘버추얼(가상) 유튜버’ 등으로 대중에 익숙한 모션 캡처는 1990년대 후반 오콘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나잘난 박사’와 ‘룰루랄라의 댄스댄스’를 통해 한국에 처음 도입됐다.
오콘은 앞으로 오랜 노하우를 활용해 모션 캡처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버추얼 캐릭터를 제작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연기자가 필요 없는 모션 캡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이 밖에 오콘은 2006년 EBS에서 처음 방송한 ‘선물공룡 디보’, 2018년 EBS에서 선보인 ‘꼬마히어로 슈퍼잭’도 제작했다. 이 캐릭터들을 발전시키는 것도 오콘이 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던 우 대표는 “머무르는 쪽으로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도전하는 방향을 택하고 나면 편할 날이 없어진다”며 “세상은 계속 변하니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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