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앵글·클로즈업 장점…노령화된 관객층, 젊은 층에 경험 제공해야”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클래식 음악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죠.”
세계 최정상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5년 전부터 ‘클래식 OTT’라고 불리는 ‘디지털 콘서트홀’을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필을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전설적인 지휘자 카라얀부터 아바도, 래틀, 바렌보임 시절의 공연 실황 영상은 물론 현재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페트렌코가 지휘하는 최근 공연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관람할 수 있다. 콘텐츠 수는 공연 영상 849개, 인터뷰 영상 568개, 다큐멘터리 75개 등으로 총 1천492개에 달한다. 매년 40개의 공연 실황이 업로드되고 있다.
베를린필의 아시아 투어 일정에 맞춰 한국을 찾은 막시밀리안 메르클레(46) 베를린필 미디어 대표를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만났다. 베를린필 미디어는 베를린필의 자회사로 디지털 콘서트홀과 리코딩 레이블을 갖고 있다.
메르클레 대표는 올해로 15주년을 맞은 디지털 콘서트홀을 ‘창문’에 비유하며 “더 많은 사람이 클래식 음악을 경험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5년 전은 오케스트라 활동이 굉장히 활발하던 시기였다. 한국을 비롯해 해외 투어도 다녔지만, 티켓이 매진돼서 오고 싶어도 공연에 오지 못하는 관객들도 있었다”며 “베를린에 살지 않거나, 티켓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도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디지털 콘서트홀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창문’을 통해 독일뿐만 아니라 호주, 한국 등 해외에 있는 사람들이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공연을 접했으면 했죠. 무엇보다 이 디지털 창문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접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전통적인 오프라인의 콘서트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관객은 한정적이다. 이달 6년 만에 내한한 베를린필 공연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단 두차례 열렸다. 조성진과 협연한 둘째 날 공연은 티켓 사이트가 다운될 정도로 예매가 어려웠다. 공연장 객석은 2천500석으로 이틀간 5천명밖에 이 공연을 관람할 수 없는 것이다. 티켓 가격도 최고가 기준 55만원에 달해 진입장벽이 있다.
메르클레 대표는 “특히 유럽의 경우 클래식 음악 관객층이 고령화되고 있다”며 “젊은이들에게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5살, 35살, 45살에 클래식 음악을 처음 경험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좀 더 일찍 음악을 경험했다면 악기를 배워볼 기회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로, 이런 부분에 책임을 느끼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베를린필은 훌륭한 오케스트라이고, 모두가 그걸 알고 있죠. 그런데도 디지털 콘서트홀을 운영하고, 이를 홍보하는 것은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게중요하기 때문이에요. 그게 음악의 미래죠.”
실제 베를린필은 젊은 층이 클래식 음악을 경험할 수 있게 140개 대학과 제휴를 맺고, 소속 학생들이 디지털 콘서트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는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며 사람들이 더 이상 공연장에서 음악을 즐길 수 없게 되자 모든 사람에게 디지털 콘서트홀을 한 달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독료도 출시 당시 한 달에 14.9 유로에서 현재 16.9 유로로 15년간 딱 한 번 인상했다.
메르클레 대표는 “디지털 콘서트홀은 수익 창출을 위한 것은 아니며, 구독료 수입은 디지털 콘서트홀 운영을 위해 재투자하고 있다”며 “아직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은 초기 단계로, 기술적으로도 계속 발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콘서트홀은 화질과 음향 측면에서도 공연장 못지않은 최소 수준을 자랑한다. 현재 4K UHD의 초고해상도와 돌비 애트모스의 공간음향(3D 서라운드) 등을 지원하고 있다.
메르클레 대표는 “클래식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은 없지만, 기술적으로 높은 퀄리티를 제공하려고 항상 노력 중”이라며 “클로즈업으로 지휘자의 표정이나 행동을 가까이 보거나 여러 각도로 오케스트라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디지털 콘서트홀만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브에서도 쉽게 클래식 공연 영상을 찾아볼 수 있는 요즘 디지털 콘서트홀을 이용하는 이점이 있을까.
메르클레 대표는 “누구나 무엇이든 올릴 수 있는 유튜브와 비교하면 디지털 콘서트홀의 콘텐츠는 적지만, 베를린필의 영상만 볼 수 있다”며 “구독자들은 여러 콘텐츠를 헤매지 않고 엄선해 올린 베스트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콘서트홀은 베를린필의 기록이자 유산”이라고 답했다.
“집에서도 최상의 퀄리티의 음악을 선사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에요. 음악이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그 진가를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음악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필요해요. 최대한 많은 사람이 그 경험을 누렸으면 합니다.”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