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연 ‘봄을 닮은 겨울’…”관전 포인트는 바로 나”
호주·뉴질랜드·홍콩·프랑스·영국 등지에서 월드투어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우리나라에서 공연해야, 그리고 인정받아야 어느 곳에서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늘 갖고 음악을 씁니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는 20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년 만에 단독 콘서트로 국내 팬을 만나게 된 소감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한국에서 아무도 못 알아보면 위축될 것 같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해 주면 어디서나 좋아해 주지 않을까’ 라는 게 제 생각”이라고 전했다.
내년 1월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을 도는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루마는 공연에서 새 앨범 ‘논 에 라 피네'(non e la fine)의 수록곡 ‘끝이 아닌 끝'(non e la fine)과 ‘하얀 봄'(la bianca primavera) 등을 첼로와의 협주로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키스 더 레인'(Kiss The Rain), ‘리버 플로우스 인 유'(River Flows In You) 등 대표곡도 새로운 편곡으로 들을 수 있다.
이루마는 공연 타이틀 ‘봄을 닮은 겨울’에 대해 “우리만의 봄날을 뜻하기도 하고, 겨울에 눈이 내릴 때 꽃잎처럼 흩날리는 듯한 모습을 떠올렸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이번 공연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저”라며 “즉흥 연주를 좋아하다 보니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연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루마는 서울 공연에 앞서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월드투어 첫 공연을 하게 된 소감도 전했다.
그는 “늘 떨린다. 원래 무대공포증이 심하다”며 “스스로 최면을 걸고 모두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연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단 한 번도 제가 연주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고, 제가 쓴 곡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피아노였을 뿐”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루마의 해외 공연은 현지 관객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인기가 뜨겁다. 이번 월드투어의 시드니, 브리즈번, 홍콩, 대만 공연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루마는 “(한국인 관객이 많지 않은 건) 서럽다”면서도 “‘리버 플로우스 인 유’ 등은 대중음악으로 알려졌고 어렵지 않은 곡이라 아마추어분들이 많이 연주해주시면서 알려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루마는 다섯 살에 처음 피아노를 시작해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2001년 첫 앨범을 발표한 이래 200곡이 넘는 작품을 작곡했다.
특히 10주년 기념 앨범 ‘베스트 레미니센트'(Best Reminiscent)는 발매 9년 뒤인 2020년 한 유튜버가 사용하며 주목받기 시작해 역주행에 성공했다. 이 앨범은 미국 빌보드 클래식 앨범 차트에서 23주간 1위를 차지했다.
이루마는 왕성한 작곡 활동이 가능한 배경에 관해 묻자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한 곡을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곡을 엄청 많이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루마의 음악은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일부 클래식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소 저평가되기도 한다.
이루마는 이와 관련해 “클래식 애호가는 이런 피아노 음악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걸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저평가를) 신경 쓰다 보면 나중에 아무것도 못 하고 그냥 은퇴해버릴 것 같다”며 “제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장르로 구분하자면 ‘네오 클래식’에 가깝다고 소개하며 “‘뉴에이지’라는 수식어는 원했던 적 없다”고 했다.
또한 “클래식 연주자에게 제 곡을 주는 건 앞으로의 계획 중 하나”라며 “나이가 들면 실험적인 음악으로 갈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루마는 전 소속사를 상대로 낸 약정금 소송에서 최근 승소한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고 전하며 “무조건 계약서를 잘 봤으면 한다”고 후배 음악인을 향한 조언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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