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 유길채 첫사랑 역할…”첫 사극, 어렵지만 재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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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조선의 불합리한 모습을 제 연기를 통해서 보여주고, 그게 작품의 의의가 되니까 좋았죠.”
배우 이학주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연인’에서 연기한 남연준은 여러 면에서 주인공 이장현(남궁민 분)과 대비되는 인물이다.
가장 대표적인 차이가 바로 ‘정절’을 대하는 태도다. 병자호란 피난길에 오랑캐와 마주쳤다는 유길채(안은진)에게 이장현은 “힘들었을 테니 안아줘야지”라고 답하지만, 연준은 똑같은 고백을 한 아내 경은애(이다인)를 싸늘하게 대한다.
연준은 이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밉상’으로 낙인찍혔지만, 정작 이 인물을 연기한 이학주는 22일 인터뷰에서 담담한 목소리로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학주는 이날 서울 마포구 SM C&C 회의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연준이 비록 좋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지만, 나쁜 마음으로 그런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그 시대의 사상에 매몰됐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연준은 조선시대의 인간상을 보여준 인물”이라며 “이 인물을 생각하면 측은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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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말처럼 연준은 드라마 초반부터 전형적인 조선시대 선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연준은 작은 마을 능군리의 여러 젊은 선비들 가운데 가장 결기가 있고 올곧은 태도로 주인공 길채의 사랑을 받지만, 정작 연준이 좋아하는 것은 길채와 절친한 은애다.
이후 연준은 병자호란이 터지자 연준은 목숨을 걸고 남한산성에 갇힌 임금을 구하겠다며 의병을 모아 길을 떠난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충성을 바친 점을 인정받아 벼슬길에 오른다.
연준은 이처럼 그 시대가 요구하는 사상에 충실하지만, 그의 이상은 점점 현실과 멀어진다. 임금은 청나라에 포로로 잡혀간 백성들을 저버리고, 자신은 사랑하는 아내와 멀어진다.
이학주는 “연준을 연기하면서 어떤 생각에 매몰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은애를 향한 마음이 큰데도 자기 생각에만 매몰돼서 상처를 주고 자신도 상처받는 인물이 연준”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연준은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고 싶어한다”며 “그가 원하는 세상은 완벽한 신하와 완벽한 백성이 있어야 이룰 수 있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연준이 점차 깨닫게 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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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드라마의 배경이 된 조선시대의 부조리한 사상을 상징하는 역할도 하지만, 길채의 첫사랑이자 장현이 질투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장현이 심양으로 떠나는 길에 길채에게 “다시는 연준 도령 생각을 아니하겠다 말하면 내 지금이라도 가는 길을 돌리겠다”고 애원하는 장면은 이 같은 삼각관계를 보여준다.
이학주는 “능군리의 여러 도령 중에 연준이 가장 ‘스마트’한 느낌이 있어서 길채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며 웃어 보였다.
‘연인’이 최고 12%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요인을 묻자, 이학주는 “그 시대 백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흔치 않은 작품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학주는 “그간 병자호란이라고 하면 높은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다뤘다”며 “‘연인’은 백성들의 모습을 다루면서 그 시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보여줬다는 점이 색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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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단편영화 ‘밥덩이’로 데뷔한 이학주는 데뷔 10년을 넘어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애인을 폭행하고 돈을 뜯어내는 역할을 사실적으로 연기해 2020년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남자 우수연기상을 받았고,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선 장관 수행비서 김수진 역할로 작년 청룡 시리즈어워즈에서 남자 조연상을 받았다.
코믹과 장르물, 로맨스를 오가며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온 이학주이지만, 사극 연기는 ‘연인’이 처음이다.
이학주는 “사극은 말투에 신경 써야 하다 보니 기지를 발휘한 대사를 하기 어렵다”면서도 “색다른 환경에서 작업하는 게 재미있어서 기회가 닿으면 또 사극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학주는 그러면서도 “코미디에 출연한 지 오래되기도 했고, 즐겁게 촬영하고 싶다”며 “지금 당장은 코미디에 출연하고 싶다”며 웃었다.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