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 2’ 오승훈 “류준열과 같은 역, 부담이지만 영광이죠”

마약조직 실마리 쥔 ‘락’ 역…”연기 갈증 풀어준 잊지 못할 영화”

영화 ‘독전 2’ 주연 배우 오승훈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영화 ‘독전'(2018)의 후속작 ‘독전 2’를 아무런 정보 없이 본다면 잠시 당황할 수 있다. 1편에서 류준열이 연기한 ‘락’ 역할을 새로운 배우가 맡았기 때문이다.

‘독전 2’는 1편의 클라이맥스인 용산역 혈투와 노르웨이의 오두막 총격 사건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를 그린 미드퀄이다. 거대 마약 범죄 조직의 보스를 쫓는 형사 ‘원호’와 조직의 실체에 대한 실마리를 쥔 락이 중심 축을 이룬다.

류준열이 락 역을 계속하는 게 자연스럽겠지만 스케줄 문제로 출연이 불발됐고, 결국 새 배우를 투입해야 했다.

주로 연극 무대를 통해 얼굴을 알린 오승훈이 1천 대 1에 육박하는 경쟁률의 오디션을 뚫고 이 배역을 따냈다. ‘독전 2’를 통해 자신만의 락 캐릭터를 선보인 그를 22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승훈은 “류준열 선배와 ‘독전’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락 역을 소화하는 게 부담되기도 했지만 영광스럽다”면서 “한 인물을 선배와 나누는 게 기쁘고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독전’을 영화관에서만 3번 봤다는 그는 캐스팅이 확정됐을 때 “정말 내가 저 인물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건가” 하는 생각에 어안이 벙벙했다고 한다.

가족, 소속사 식구들과 축배를 든 이후에는 부담감이 밀려왔다고 털어놨다. 1편에서 류준열이 만들어 놓은 락 캐릭터가 워낙 강렬해서다.

“감독님께도 어떻게 이 캐릭터를 만들어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어요. 감독님께서는 ‘독전 2’ 시나리오에 나온 락만 보고 시작하자고 하셨죠.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저를 뽑았다고도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저만의 락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는 쓸쓸하고 공허한 락의 기본적인 분위기는 살리되 “인간적으로 공감을 살 수 있는” 캐릭터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영화 ‘독전 2’ 속 오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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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배우는 아니다. 독립영화와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했고 드라마에서는 조연·단역으로 얼굴을 비췄다.

스무살 때까지 농구선수였던 그는 거듭된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둔 뒤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고 한다. “앞으로 뭘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과거 배우라는 직업에 매료된 기억이 떠올라 무작정 연기 학원을 등록했다.

오승훈은 “운동선수는 모든 감정을 억제하고 지내지만 배우는 표현하는 사람이더라”라며 “연기를 시작했을 때 난생처음으로 속에 쌓인 것을 게워 내는 기분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부모님께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말을 조심스레 꺼냈는데 예상과 달리 흔쾌히 허락하시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니 10년 넘게 농구만 한 아들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하는 꿈이 생겼다는 것 자체를 너무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독전 2’ 시사회 후에도 부모님은 계속 우셨어요.”

그는 오랜 무명 기간을 거치며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다고 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디션만 생겨도 행복해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배우의 꿈을 끝내 놓지 않았다고 했다.

오승훈은 그런 의미에서 ‘독전 2’는 자신에게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꽤 오랜 시간 연기자로 살아왔는데 연기를 마음껏 하지는 못했어요. ‘독전 2’는 제가 배우로서 장편 영화를 끌고 가는 경험을 하게 해준 고마운 작품입니다. 전 항상 순수하게 연기가 하고 싶은 사람이었거든요. 앞으로도 천진하게 작품을 대할 수 있는 참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영화 ‘독전 2’ 속 오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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