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마일스 데이비스는 변신의 귀재면서 도전하는 장르마다 정점에 이른 재즈계의 전설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카인드 오브 블루'(Kind of Blue·1959)는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렸으며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 명반이다. 시대를 열어젖힌 마일스의 사운드는 장뤼크 고다르, 루이 말 등 19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에게 깊은 영감을 줬다.
마일스와 함께 한 멤버들도 어벤져스 급이었다. 테너 색소폰 존 콜트레인, 피아노 빌 에번스, 알토 색소폰 캐논볼 애덜리 등이 참여했으니까 말이다. 이들은 곡을 처음 받아보고 연습도 없이 즉석에서 연주했다. 녹음도 이틀 동안 몇 차례밖에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대 최고 세션들이 집중력을 발휘해 “완벽한 녹음의 순간”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작가인 안드레 달링턴과 테나야 달링턴이 함께 쓴 ‘칵테일과 레코드'(진선북스)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70장의 명반을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음반에 어울리는 칵테일 맛과 제조법을 실었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엘피(LP)판 A면과 B면에 어울리는 칵테일을 추천한다. 롤링 스톤즈의 끈적끈적한 사운드가 일품인 ‘스티키 핑거스'(Sticky Fingers·1971)에는 데킬라 선라이즈와 잭앤 코크가,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1984)에는 비트윈 더 시트와 뷰티 스폿이 어울린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카인드 오브 블루’를 들으며 어떤 칵테일을 마셔보는 게 좋을까.
책에 따르면 ‘소왓'(So What), ‘프레디 프리로더'(Freddie Freeloader), ‘블루 인 그린'(Blue in Gree)이 담긴 A면에 어울리는 칵테일은 범블비다. 호화로우면서도 약간 자극적인 맛이 나며 질감이 부드러운 술이다. 범블비는 다크럼과 신선한 라임주스, 허니 시럽과 달걀흰자를 넣어 만든다고 한다.
B면에는 ‘올 블루스'(All Blues), ‘플라멩코 스케치스'(Flamenco Sketches)가 수록돼 있는데 이 곡들은 세련되고 섬세한 칵테일 마르티네스와 어울린다고 한다. 이 칵테일을 알고 마시는 사람이라면 칵테일 클럽 멤버 중에 박식하고 세련된 사람이라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권루시안 옮김.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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