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손정범·선율·정지원, 내달 6일 ‘피아노 엑스트라바간자’
피아노 1대에 여섯개 손·불꽃 튀듯 경쟁하는 피아노 2대…다채로운 매력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피아니스트들은 주로 맞춰주는 삶을 살아요.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 소나타, 그리고 피아노 협주곡도요. 그런 피아니스트 4명이 모였으니 ‘쿵’ 하면 ‘짝이죠.”
독주 악기로 여겨지는 피아노 4대가 동시에 한 무대에 오르는 흥미로운 공연이 다음 달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가 한 달에 한 번 여는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의 올해 마지막 공연이다.
4대의 피아노 연주를 위해 피아니스트 김태형(38)과 손정범(32), 선율(23), 정지원(22)이 의기투합했다. 공연 타이틀은 ‘피아노 엑스트라바간자’로 화려한 공연이라는 뜻이다. 1대만으로도 전 음역을 소화하고,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피아노를 4대나 함께 연주하니 화려하다는 수식어가 붙을만하다.
공연을 앞둔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유진온뮤직에서 김태형, 손정범, 정지원을 만났다. 프랑스에 거주하며 한국에 오가고 있는 선율은 서면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다.
맏형이자 이번 공연의 ‘호스트’로서 함께 할 멤버들을 직접 섭외한 김태형은 “화려하게, 재밌게 연주하는 성격의 공연”이라며 “피아노 4대도 치고, 2대도 치고, 1대를 3명이 연주하기도 한다”고 공연을 소개했다.
김태형은 2009년에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리드로 김선욱, 김준희와 함께 4대의 피아노 공연을 한 바 있다. 김태형은 당시 게스트였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후배들을 이끈다.
2009년 공연 당시 객석에 있던 선율은 이번 공연에서 연주자로 합류했다. 선율은 피아노를 전공하기로 결심하게 된 두 번의 연주회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2009년 4대의 피아노 공연이었다고 했다.
선율은 “네 명이 함께한 연주를 보고 피아니스트를 꿈꾸게 됐다”며 “10여년이 지난 지금 제가 ‘피아노 엑트스라바간자’에서 연주할 수 있어 설레고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네 명의 피아니스트가 함께하는 흔치 않은 공연인 만큼 레퍼토리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처음과 마지막은 피아노 4대가 함께 연주하는 곡으로 꾸렸다. 라벨의 ‘볼레로’로 시작해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서곡으로 끝낸다. 두 곡 모두 원래는 오케스트라 곡으로 나중에 피아노 4대 편곡 버전이 나온 것이다.
과연 피아노 4대만으로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느낌을 낼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볼레로’는 작은북으로 시작해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 오보에 등 금관악기가 하나씩 추가되고, 현악기가 소리를 더해가는 규모가 큰 작품이다.
김태형은 “4대 피아노 버전에서는 한 사람이 ‘볼레로’의 리듬을 맡아서 치고, 다른 사람이 덧붙는 식으로 음과 양을 늘려나간다”며 “피아노 4대가 함께 소리를 내면 오케스트라 풀사운드에 버금가는 소리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에 금관악기가 ‘와아앙’ 하고 소리를 내는 부분을 피아노 저음 부분에서 치며 천둥치는 소리가 난다”며 “효과를 더 내기 위해 한 옥타브를 내리기도 하고, 건반의 근처 음을 다 같이 눌러 화려하게 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지원은 “60∼90명의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멜로디가 들리지만, 정확히 하나하나의 음을 듣기는 쉽지 않다”며 “이를 피아노로 옮겨오면 ‘이런 음이 숨어있었구나’라고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대의 피아노곡 외에도 2명씩 짝을 지어 2대의 피아노로 피아노의 다채로운 매력도 선보인다. 앤더슨이 래그타임 풍으로 편곡한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은 피아노 2대가 불꽃 튀게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구아스타비노의 ‘산타페의 소녀들’은 남미 느낌을 낸다.
김태형은 “피아노가 아닌 다른 악기로 연주하면 맛이 안 나는 곡들도 있다”며 “‘터키행진곡’은 화음 자체가 빠르기도 하고, 타악기의 요소도 있으면서 멜로디가 드러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1대의 피아노에 손정범, 선율, 정지원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 여섯 손을 올려놓고 연주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여섯 손을 위한 로망스’다.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는 1부 마지막 곡으로 예정하고 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내온 네 사람이 함께 연주하며 보여줄 시너지도 기대가 크다.
지금은 경희대 동료 교수인 김태형과 손정범은 같은 시기에 독일 뮌헨에서 유학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콩쿠르에 나가는 손정범의 연주를 김태형이 들어주기도 했다고 했다. 비슷한 또래인 선율과 정지원은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한 사이로 피아노 듀오 수업을 같이 듣기도 했다.
손정범은 “피아니스트들은 (다른 악기 연주자들에게) 맞추는 경험이 많이 쌓여있다”며 “그런 4명이 호흡을 맞추니 좀 더 긴밀한 연주를 들려주고, 즉각적인 반응으로 다양한 시도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선율은 “현악기와 관악기와 달리 피아노는 3명 이상이 각자의 악기를 갖고 앙상블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번 공연에서 4대의 피아노로 특별한 경험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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