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비 對美 수출액 67% 급증…對中 수출액 ‘반토막’ 극명 대조
일부 톱스타 판매량 하락에 중국발 위기론…”내년 성적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올해 1∼10월 K팝 음반 누적 수출액이 3천억원을 넘기며 연간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중(對中) 음반 수출액 감소와 유명 아이돌 그룹의 신보 판매량이 전작보다 하락한 점 등을 들어 ‘K팝 위기론’도 대두된다.
가요계에서는 이에 연말과 내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첫 주 판매량 늘리기에 ‘올인’하는 풍토는 바뀔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K팝 수출액 10월에 이미 경신…미국 ‘맑음’·중국 ‘흐림’
26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음반 수출액은 2억4천381만4천달러(약 3천183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20.3% 증가했다.
10월까지의 기록만으로 작년 한 해 수출액을 웃돌며 연간 기준 수출액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음반 연간 수출액은 2020년 1억3천620만1천달러(약 1천779억원), 2021년 2억2천85만달러(약 2천885억원), 지난해 2억3천138만9천달러(약 3천23억원)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올해 1∼10월 K팝 수출 시장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일본, 미국, 중국이 각각 1∼3위를 차지했다. 대만, 독일, 홍콩,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영국이 뒤따랐다.
특히 대미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67.3% 증가했지만, 대중 수출액은 51.1% 감소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에 올해 1∼10월 음반 대미 수출액은 5천432만2천달러(약 710억원)로 대중 수출액 2천333만5천달러(약 305억원)의 2배를 웃돌았다.
올해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지민과 정국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스트레이 키즈, 뉴진스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정상을 밟는 등 K팝 스타들이 미국 시장에서 저변을 넓혔다.
◇ 성장 너무 빨랐나…중국발 ‘K팝 위기론’ 솔솔
이 같은 ‘수출 성적표’를 바라보는 가요계의 시각은 복잡하다.
최근 몇 년간 K팝 음반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지만, ‘큰 손’ 중국 시장의 축소 등으로 이제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위기론도 함께 대두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들어 국내 대형 기획사 소속 간판 아이돌 그룹의 첫 주 판매량이 전작보다 수십만장 씩 감소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이 같은 우려는 수면 위로 부상했다.
가요계에서 첫 주 판매량은 팬덤의 규모와 응집력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교보증권 박성국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앨범 판매량 감소에 따른 엔터 산업 성장률 둔화 우려가 확대됐다”며 “판매량 역성장 주요인은 중국 공동구매 감소로, 그 원인은 불명확하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그 배경으로 ▲ 중국 정부의 그림자 규제 ▲ 중국 경기 부진 ▲ 중국 팬클럽 간 경쟁 자정 작용 ▲ K팝 성장 한계 봉착 등을 추측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이달 초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최근 주요 시장에서의 지표 하락이 보이는 게 있다. 제가 이야기하는 근간은 ‘굉장히 강렬한 팬덤의 소비'”라며 “K팝 팬은 강렬한 몰입도와 집중적인 소비를 보이는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는 확장성의 한계가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 가요계 “내년 성적 지켜봐야…첫 주 판매량 ‘올인’ 지양을”
가요계는 그러나 최근 일부 가수들의 성적만으로 ‘K팝 위기론’을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고 본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세븐틴(하이브), NCT 드림(SM), 스트레이 키즈(JYP) 등 간판 K팝 스타들의 내년 앨범 판매량을 지켜봐야 최근 일부 역성장 사례가 ‘추세적 하락세’일지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판매량 감소 사례로 등장하는 A 그룹은 이번에 중국 팬덤과 소속사 간의 마찰로 공동구매가 일부 진행되지 않은 사정이 있고, B 그룹 역시 정규·미니음반의 차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K팝 성장 한계 봉착 프레임은 과도하게 해석된 부분이 있다”며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거론되지만, 사실 K팝만큼 특정 지역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산업도 드물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에서의 신인 개발과 레이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매출원을 다변화하며 업황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요계에서는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기획사와 팬덤 모두 첫 주 판매량 늘리기에 혈안이 된 풍토는 바뀔 필요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팬덤 사이에 첫 주 판매량 경신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시장의 수용력은 한계가 있는데 판매량 수치가 너무 급격하게 커져 버리니 이를 넘어서는 것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아졌다”고 토로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첫 주 판매량에만 집착하다 보니 음반 활동도 첫 주에 몰려 활동 기간이 과거보다 짧아졌다”며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도 K팝 가수들은 첫 주에만 ‘반짝’ 올라왔다 둘째 주부터 확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 문화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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