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 갤러거가 줄줄이 꺼낸 오아시스 히트곡…관객은 떼창 화답

4년6개월 만에 내한 공연…환호 관객 향해 “내가 더 사랑해”

노엘 갤러거
[본부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소 샐리 캔 웨이트 / 쉬 노우즈 잇츠 투 레이트 / 애즈 쉬즈 워킹 온 바이∼'(So Sally can wait, she knows its too late as she’s walking on by)

27일 오후 서울 종합운동장 잠실실내체육관을 빼곡하게 채운 관객들 사이에서 우렁찬 떼창이 흘러나왔다.

체육관 천장 아래 바로 아래 3층까지 채워 앉은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저마다 손에 휴대전화 플래시도 켰다.

공연장은 마치 은하수처럼 빛났고, 이날의 주인공은 이에 특별히 반응하는 대신 그답게 목에 핏대를 세우고 노래를 이어 나갔다.

1990년대 영국 브릿팝을 주도한 전설적인 밴드 오아시스 출신 노엘 갤러거의 내한 공연에서다.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나 ‘리브 포에버'(Live Forever) 같은 오아시스의 히트곡이 줄줄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마치 1990년대로 시간 여행이라도 떠난 듯 감상에 잠긴 채 떼창으로 화답했다.

오아시스의 전성기를 겪지 못했을 20대 초반 관객들도 빠지지 않고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강렬한 록 사운드에 오아시스 특유의 감성이 더해지면서 가을밤에 무척 잘 어울리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펼쳐졌다.

노엘 갤러거는 오아시스의 히트곡 대부분을 작사·작곡하고 보컬과 리드 기타를 맡아 밴드의 구심점으로 활약한 뮤지션이다.

오아시스는 지난 1991년 결성 이래 2009년 해체할 때까지 정규 음반 7장을 모두 영국 차트 1위에 올려놓고, 전 세계적으로 9천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록의 역동적인 리듬에 팝의 감성과 멜로디를 버무려 숱한 히트곡을 남겼다.

갤러거는 오아시스 해체 이후 ‘하이 플라잉 버즈'(High Flying Birds)라는 이름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공연은 갤러거에게는 지난 2019년 이후 4년 6개월 만의 내한 공연이었다. 그는 약 90분에 걸쳐 전반은 솔로곡, 후반은 오아시스의 히트곡으로 무대를 채웠다.

갤러거는 ‘프리티 보이'(Pretty Boy)로 공연의 포문을 연 뒤 ‘카운슬 스카이즈'(Council Skies), ‘오픈 더 도어, 시 왓 유 파인드'(Open The Door, See What You Find), ‘이지 나우'(Easy Now) 등 올해 발매한 새 솔로 앨범 수록곡을 들려줬다.

관객들은 “노엘! 노엘! 노엘”을 외치며 흥을 돋웠고, 갤러거는 ‘두두두두’ 선명한 베이스와 드럼 사운드를 배경으로 가죽점퍼에 기타를 메고 등장했다.

노엘 갤러거
[본부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눈에 띄는 특수효과도 없었고 대중음악 공연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T자형 무대도 아니었지만, 그는 50대 후반의 나이에도 녹슬지 않은 목소리와 존재감으로 장내를 가득 채웠다.

‘오픈 더 도어, 시 왓 유 파인드’나 ‘위아 곤나 겟 데어 인 디 엔드'(We’re Gonna Get There in the End) 같은 곡에서는 호쾌하고 청량한 기타 연주가 마치 질주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이에 얹은 갤러거의 목소리는 여전히 옹골찼고, 고음 부분에서는 미간에 살짝 주름이 졌다.

관객들은 마치 콩나물시루처럼 스탠딩 구역을 꽉 채우고서 팔을 앞뒤로 흔들며 열광적인 환호를 이어갔다. 깎아내린 듯한 경사가 아찔한 2∼3층 지정석 구역의 관객은 일어나는 대신 고개를 까딱까딱 흔들며 리듬을 탔다.

갤러거는 이날 공연에서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대신 연신 “땡큐”를 반복했고, 말 대신 객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관객과 호흡하기도 했다.

갤러거는 특유의 거침 없는 독설로 유명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각별한 애정을 숨기지 않아 왔다.

당초 이번 내한 공연을 하루로 예정했다가 이틀로 늘렸고, 시야제한석까지 전석 매진되자 지난 25일 서울 명화 라이브홀에서 특별 공연까지 열었을 정도다.

한 관객이 그를 향해 객석에서 “아이 러브 유”를 외치자 갤러거는 “얼마나 사랑하느냐. 내가 더 사랑한다”(How much? I love you more)고 재치 있게 받아치기도 했다.

또 관객을 향해 “무대에 올라와 나와 함께 기타를 치겠느냐”고 장난을 치기도 하고, 팬의 이름을 물어보는 세심함도 보였다.

공연 후반 ‘고잉 노웨어'(Going Nowhere)를 시작으로 ‘디 임포턴스 오브 비잉 아이들'(The Importance of Being Idle), ‘더 마스터플랜'(The Masterplan), ‘리틀 바이 리틀'(Little by Little) 같은 오아시스의 대표곡이 줄줄이 나오자 분위기는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갤러거가 앙코르곡으로 오아시스의 히트곡 ‘리브 포에버’와 ‘돈트 룩 백 인 앵거’를 부를 때는 아예 관객 모두가 떼창으로 무대를 함께 꾸미는 듯이 보일 정도였다.

갤러거는 이번 내한에서 특별 공연 약 1천600명과 이어 이날과 28일 양일간 약 1만6천500명을 더해 총 1만8천100명에 달하는 관객을 만난다.

“여러분은 매우 놀랍습니다. 멀지 않은 때에 또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내일 또 봅시다.”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