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가수 에일 “힘들 때 빛 돼준 K팝…한국 아이돌에 곡 주고파”

애니 주제가로 유명세·아이브 일본곡 작사 참여…첫 한국어 싱글 ‘치트 라이프’ 발표

일본 싱어송라이터 에일(eill)
[포니캐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학창 시절 몸이 약해 학교에 못 가는 날도 있었고, 힘든 시기를 겪었어요. 그럴 때 음악, 특히 아이유의 ‘섬데이'(Someday) 같은 노래가 제 앞에 나타났어요. 노래가 절 안아주고 빛이 돼 주는 느낌이었죠.”

일본 싱어송라이터 에일(eill)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때는 내가 음악에 빚을 졌는데, 이제는 내가 팬들 곁에서 빛이 돼 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 활동에 나선 그는 “한국은 어릴 때부터 동경하는 곳”이라며 “내가 만든 곡을 K팝 아이돌에게 주고 싶고, ‘뮤직뱅크’나 ‘엠카운트다운’ 같은 한국 음악 프로그램에도 꼭 출연하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1998년생인 에일은 지난 2018년 싱글 ‘마쿠아케'(MAKUAKE)로 데뷔해 ‘도쿄 리벤저스’와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 같은 유명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불러 국내 J팝 팬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그는 걸그룹 아이브의 히트곡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의 일본어 버전 작사에 참여하고, 한국어로 인터뷰를 진행할 정도로 우리말에 능숙하다.

에일은 지난 22일 그레이가 프로듀싱을 맡고 래퍼 펀치넬로가 피처링한 첫 한국어 싱글 ‘치트 라이프'(CHEAT LIFE)를 발표하고 국내 가요계에 도전장을 냈다.

에일은 “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 소녀시대와 카라가 일본에서 ‘대박’이 났다. 그때부터 K팝을 좋아했고, 독학으로 한국어도 공부했다”며 “한때는 (K팝) 그룹으로 데뷔하고 싶어서 YG나 JYP 같은 한국 기획사 오디션도 봤지만 춤이 도저히 되지 않아 아이돌은 어려울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창 시절에는 또래 친구들이 부르는 J팝을 전혀 몰라 노래방에서는 비욘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에타 제임스의 노래를 불렀다”고도 했다.

일본 싱어송라이터 에일(e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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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은 학창 시절부터 동경하던 AOMG 소속 가수들이 일본에서 콘서트를 열 때마다 관람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AOMG 측에 제안한 협업이 성사되면서 한국에서 그레이·펀치넬로와 작업해 노래를 낼 수 있게 됐다.

에일은 “(AOMG가 협업을 수락했을 때) 좋아서 울기까지 했다”며 “최근에는 한국에서 펀치넬로와 함께 노래방도 갔다. 노래방에 내 노래 ‘피날레'(Finale)가 있어서 불러봤더니 80점이 나오더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에일은 그간 대표곡 ‘피날레’와 ‘여기서 숨을 쉬어'(ここで息をして), ‘히카리'(Hikari) 같은 노래를 통해 사랑을 노래했다. 그가 묘사한 사랑은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하고 따스했다.

에일은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감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음이 아프고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있을 때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누군가에게 속내를 털어놓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느낌을 낼 수 있도록 가사를 쓴다”고 설명했다.

이어 “힘든 사정을 겪는 사람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는 것 같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 팬들은 인기곡이 아니어도 미리 공부하고 와서 공연에서 다 따라 불러주세요. 이런 모습에 감동했고, 덕분에 저도 힘을 낼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어도 더 공부해서 한국에서 방송도, 컬래버레이션(협업)도, 공연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