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질란테’는 슬픈 현실 때문에 탄생…존재하지 않았으면”

최정열 감독 인터뷰…”시대에 필요한 것 질문하게 하는 드라마 되길”

드라마 ‘비질란테’ 최정열 감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개인적으로 ‘비질란테’의 이야기는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이런 캐릭터가 존재하는 자체가 너무나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죠.”

최근 마지막 회가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비질란테’는 허술한 법망을 빠져나간 흉악범들을 주인공 김지용(남주혁 분)이 단죄하고, 그런 그에게 한 방송사가 비질란테(자경단)라는 별명을 붙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최정열 감독은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법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런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어 “이런 인물(김지용)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비질란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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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말처럼 주인공 김지용은 얼핏 보면 범죄자를 단죄하며 통쾌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개인적으로는 슬픈 사연을 가진 인물이다.

김지용은 어린 시절 거구의 한 남자에게 어머니가 폭행당한 끝에 사망했는데도 가해자가 징역 3년 6개월의 가벼운 형량을 선고받는 것에 좌절한다. 법원은 가해자가 뉘우치고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이유로 가벼운 형량을 정한다.

경찰대 학생으로 성장한 김지용은 어머니 사건의 가해자를 찾아가는데, 그가 여전히 함부로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목격하고 가차 없이 주먹을 휘둘러 응징한다. 이후 김지용은 밤마다 모자를 써 모습을 가린 채 범죄자들을 찾아가 응징하는 일을 반복한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8부작 드라마 ‘비질란테’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가 조사한 방송-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통합 화제성 8위에 오르는 등 많은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최 감독은 “원작 웹툰을 처음 봤을 때 너무나 통쾌한 느낌이었고, 비슷한 이야기들이 쉽게 하지 않는 법이나 정의에 관한 신념을 다루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 김지용은 법이 제대로 가해자를 응징하고 정의를 실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직접 악인들을 응징하고, 그런 김지용을 형사 조헌(유지태)이 막아서면서 두 사람의 가치관이 충돌한다.

드라마 ‘비질란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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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은 특히 김지용과 조헌이 설전 끝에 결투를 벌이는 5회 마지막 부분을 드라마의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이 장면에서 조헌은 심정적으로는 김지용에게 공감하나 그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며 “내가 너를 멈춰주겠다”는 말과 함께 주먹을 휘두른다.

최 감독은 “김지용이 말하는 정의와 조헌이 말하는 정의가 서로 다르고, 인물들의 서로 다른 신념이 드라마에서 부딪힌다”며 “시청자가 지용에게 마음이 가면서도 ‘이래도 될까?’ 싶은 마음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적 복수의 끝이 통쾌하게만 끝나지 않고 이런 것들이 옳은지, 만약 이런 이야기가 재미있게 다가온다면 지금 시대에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가 되길 바랐다”고 부연했다.

최 감독은 이처럼 작품 내에 서로 부딪히는 신념에 되도록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특히 원작에선 김지용이 범죄자들을 때리면서 쾌감을 느끼는 장면이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것과 달리 드라마에선 굳건한 신념에 의해 움직이는 모습이 강조됐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김지용의 사이코패스 같은 면을 다소 완화했다”며 “신념이 중요한 포인트인 인물이고 그 부분을 부각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김지용이 원작에 비해 평면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물론 원작의 설정이 매력적이라고 느꼈지만, 주제를 살리기 위해선 조금 덜어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비질란테’ 최정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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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은 단편영화 ‘잔(殘)소리’로 2008년 청룡영화제와 대종상영화제에서 단편영화상을 받고 영화 ‘글로리 데이'(2016), 시동(2019)을 연출했으나 시리즈물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첫 드라마 연출 소감을 “사실 (영화와) 큰 차이가 있다고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더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이 영화가 될지 시리즈물이 될지 묻자, 최 감독은 “그건 아직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최 김독은 또 ‘비질란테’의 후속 시즌 제작에 대해선 “김지용의 고민을 더 다루면 좋지 않을까 싶지만, 큰 생각만 가지고 있을 뿐”이라며 “다음 시즌 제작은 한 사람 의지로 결정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