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영 작가 서면 인터뷰…”남궁민 덕분에 ‘지독한 순정’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오명언 기자 = “‘연인’ 속 꺾이지 않는 민초들이 마음을 울렸다는 평가는 작가로서 제가 가장 듣고 싶은 감상이고 평가입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시청자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달 18일 종영한 MBC 드라마 ‘연인’의 극본을 쓴 황진영 작가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황 작가는 “병자호란이 실패한 전쟁이라 드라마로 만들기 어렵다는 난관에 부딪혔을 때 끝까지 저를 붙잡은 것은 장현과 길채의 위대한 사랑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과 더불어 전쟁 후 끌려간 포로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끌려갔다 다시 만나는 부모 자식의 이야기가 얼마나 눈물겨울지, 자기도 포로이면서 다른 포로를 도와주고 살려주는 이야기는 얼마나 감동적일지, 포로들이 목숨을 걸고 돌아온 것이 얼마나 대단한 투쟁이고 의지인지 등을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또 “‘연인’에서 길채는 모든 포로의 깃발이자 상징이고, 그런 길채를 구원하고 사랑하는 장현이 작품의 기획 의도이자 주제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장현과 길채, 그리고 두 사람과 얽힌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길채로 대표되는 포로들의 삶을 향한 의지가 감동과 재미를 주길 바랐습니다. 그 재미와 감동으로 마음이 포근해졌다면 ‘연인’의 목적은 넘치게 달성한 게 아닌가 합니다.”
‘연인’은 조선시대 병자호란 전후를 배경으로 가상의 인물인 이장현(남궁민 분)과 유길채(안은진)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다.
능군리에 흘러들어온 의문의 남성 장현은 이 마을 토박이인 길채에게 한눈에 반하지만, 길채는 마을의 선비 남연준(이학주)을 미래의 남편으로 생각한다.
이후 병자호란이 발발하고 장현의 도움으로 여러 번 목숨을 구한 길채는 점차 장현에게 마음이 향하지만, 두 사람은 전란 속에 몇 번이나 서로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이어질 듯 이어지지 못한다.
드라마 중반부에는 길채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기로 약속한 시점에 장현이 눈앞에 나타난다. 두 사람은 함께 도망치려 했으나 결정적인 순간 길채가 마음을 바꿔 결국 예정대로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이런 길채의 행동은 답답함을 유발한다는 평가도 받았다.
황 작가는 “길채의 결혼에 따른 시청자들의 극렬한 반감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저로선 사랑하는 남자가 책임감 때문에 나와 결혼하지 않아도 이해할 것이고, 반대로 제가 길채라도 저런 상황에서 사랑하는 남자가 아닌 가족들 곁에 머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장현을 사랑하면서도 다른 이와 결혼하는 길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어쩌면 제가 조금 안이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며 “깊은 사랑을 그렸다면 헤어짐도 조금은 신중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짚었다.
길채의 결혼 이후 ‘연인’ 이야기는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양반인 길채가 억울하게 청나라에 전쟁 포로로 끌려가고, 장현은 그런 길채를 구하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강구한다.
여기에 더해 장현을 마음에 둔 청나라 공주인 각화(이청아)가 장현과 길채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복잡해진다.
황 작가는 “사랑을 위해 무엇까지 하는지를 드러낼 장현의 헌신과 희생, 그 사랑으로 성숙해지는 길채가 병자호란과 이후 조선 상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사람의 강렬한 사랑이 와닿게 하기 위해선 그들이 만나 헤어지는 상황이 설득력 있어야 했다”며 “길채가 (포로가 되어) 심양에 끌려가는 과정의 개연성이 중요했기 때문에 여러 자료를 연구해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황 작가는 이번 인터뷰에서 특히 대본에 표현한 인물들을 잘 표현한 배우들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장현을 연기한 남궁민에 대해선 “‘연인’의 지독한 순정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남궁민 배우만의 매력에 빚진 바가 크다”며 “촬영 내내 보여주신 집요함과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길채 역할의 안은진에 대해서도 “조금 과격하게 표현하면 ‘괴력’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희로애락이 살아있는 수십 가지 표정으로 울고 웃는 길채를 완성했다”고 극찬했다.
황 작가는 2011년 일제강점기 저항시인 이육사의 삶을 조명한 단막극 ‘절정’의 극본을 썼고, 이후 단막극 ‘제왕의 딸 수백향'(2013)과 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2017)의 극본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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