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단체관람 오월단체 “반란 신군부, 역사에 실패”

회원들, 반란 주동자 얼굴·이름 곱씹으며 양심고백 요구도

영화 ‘서울의 봄’ 관람하는 오월어머니들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12일 오후 광주 서구 한 영화관에서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이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하기 위해 상영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12.12 daum@yna.co.kr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저 반란군들이 6개월 후 계엄군이 돼 광주에 쳐들어왔어요. 결국 신군부는 군사 반란에는 잠깐 성공했어도 역사가 내리는 평가에는 영원히 실패했죠.”

지난 12일 늦은 저녁,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상영되는 광주 서구 한 영화관은 관람객들의 개탄과 분개의 소리로 가득했다.

44년 전 군사 반란이 일어났던 그날에 맞춰 단체 관람 온 오월단체·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대책위원회 회원 등 215명은 상영 내내 신군부 세력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상영관 안 대형 스크린에 전두환 역할을 맡은 배우가 악랄한 표정을 지으며 등장하자 1980년 5월 광주의 아픔이 떠오르기라도 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생명을 등한시 여기는 영화 속 전두환을 손가락질하며 “5·18 때도 광주 시민들한테 그랬냐”며 울화통을 터트렸다.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쿠데타’라는 극 중 발언에 오월 회원들은 좌석 옆 손 받침대에 올린 손을 주먹 쥐었고, 그 주먹으로 가슴팍을 내리치며 한탄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에 의해 남편·아들을 잃은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흐르는 눈물로 분노를 대신했다.

이정덕 오월어머니집 사무총장은 “저 반란군들이 반년도 안 돼 계엄군이 돼서 광주를 짓밟았고 결국 역사에서 실패했다”며 “영화를 본 온 국민의 공분을 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질타했다.

영화 ‘서울의 봄’ 관람하는 오월어머니들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12일 오후 광주 서구 한 영화관에서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이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3.12.12 daum@yna.co.kr

신군부 세력 34명의 단체 사진과 함께 영화가 끝났는데도 오월 관계자들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군사 반란 주동자들의 얼굴을 곱씹었고, 가냘프게 떨리는 입술로 그들의 이름을 한 자씩 읊기도 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관람 직후 “군사 반란을 막았다면 1980년 5월 광주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반란을 일으킨 신군부에 의해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났고, 이 때문에 배우자·아들을 잃은 우리는 여전히 아픔 속에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5·18 당시 군 수뇌부에 있던 군사 반란 당사자들은 속죄하고 5·18 진상규명을 위한 양심고백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a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