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되는 학대와 가난…신간 ‘스위트 홈’

일본 논픽션 작가가 아이 살해한 부모의 삶 추적

아동 학대를 소재로 한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 중 한 장면
[영화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내게 아이는 보물이에요. 사랑을 쏟으며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말을 듣지 않아서 입에 수건을 물렸습니다…내 딴에는 사랑했지만 죽이고 말았어요.”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에서 2013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69명에 달한다. 이는 경찰이 학대로 인한 사망이라고 인정한 사건만 집계한 수치다.

일본 소아과학회 ‘아동 사망 등록 검증위원회’는 실제 살해 아동 수를 정부 발표의 다섯 배에 달하는 350명으로 추정한다.

‘유아 아사 백골화 사건’만 해도 그렇다. 6세 아이 리쿠는 부모의 방치 속에 2007년 1월 죽었지만, 그의 주검이 세상에 드러난 건 2014년 5월에서였다. 당연히 이 사건은 2007년 정부 통계에서 빠졌다.

일본 논픽션 작가 이시이 고타가 쓴 ‘스위트 홈'(후마니타스)은 아이를 살해한 부모들의 삶을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아이를 살해한 부모를 직접 만나고 사건 관련자들과 인터뷰를 나누며 비극이 벌어진 상황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책에서 소개하는 사건은 ‘유아 아사 백골화 사건’, ‘영아 연속 살해사건’, ‘토끼우리 감금 학대 치사 사건’ 등 세 건이다.

책 표지 이미지
[후마니타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 사건에서 언론은 공히 가해자 부모를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라 묘사했다. 저자가 만나본 부모들은 한결같이 자신에게는 아이뿐이었다고 말했다. ‘내게 아이는 보물이다’, ‘사랑을 쏟으며 애지중지 키웠다’, ‘가족 모두 행복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왜 아이를 아낀다면서 제대로 돌보기는커녕 폭력까지 행사했던 걸까. 가해자 부모들에게는 한 가지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고 자란 환경이 극도로 열악했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 가족이 무엇인지, 사랑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육아가 무엇인지 몰랐다. 생활고 탓에 유흥업에 빠지고 범죄에 손대다 보니 공적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상담 창구를 찾아가는 일을 두려워했다. 배움도 부족했다. 고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했음에도 그들이 뱉는 단어는 빈약했다. 문장도 틀을 갖추지 못했다.

또한 가해자들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자식들의 삶과 판박이였다. 그들은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 방치됐다. 조현병에 시달리는 엄마를 지켜보며 동생들을 돌봐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대와 가난과 방치의 굴레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며 대물림됐다. 저자는 개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아동 학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예부터 ‘아이는 사회의 보물’이라고 했다. 만약 이를 말 그대로 실현하고자 한다면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를 ‘악마’로 몰아붙이기만 할 게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실체를 제대로 바라보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야 한다.”

양지연 옮김. 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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